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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50% 지지율 힘입어… 오바마, 남은 2년도 ‘마이웨이’ 선언

입력 | 2015-01-22 03:00:00

“나에겐 더 나설 선거없다” 역설
소득세 인상-은행세 도입 세수확대… 무상교육 등 중산층 지원에 사용
巨野 공화 즉각 반발… 대치정국 예고




“나에겐 더 이상 나설 선거가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가진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패해 상·하원 모두를 공화당에 내준 레임덕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은 임기 2년 동안 눈치 보지 않는 소신 정치를 펼쳐 나가겠다는 자신감에 넘쳤다. 수차례 주먹을 불끈 쥐며 강력하게 국정을 이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통령에게 민주당 의원들은 열렬히 기립박수를 쳤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총 86회의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승부수로 꺼낸 것은 부자 증세를 통한 중산층 살리기. 연설의 맨 앞 주제로 내세운 중산층 살리기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안에는 가난을 극복하고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맞벌이 여성 리베카 얼러 씨를 아홉 차례나 언급했다. 이날 미셸 오바마 여사의 바로 옆자리에 초청받아 앉아 있던 얼러 씨는 대통령의 언급이 나올 때마다 상기된 얼굴로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몇몇 소수에게만 특별히 좋은 경제를 받아들일 것이냐, 노력하는 모든 사람의 소득과 기회를 확대하는 경제에 충실할 것이냐. 답은 자명하다. 중산층 경제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를 위해 백악관은 현재 23.8%인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 세율을 28%로 올리고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 등 자산 500억 달러(약 54조1700억 원) 이상 100대 금융기관으로부터 은행세를 걷는 세제 개혁으로 향후 10년간 3200억 달러(약 345조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거둔 세금을 △2년제 공립대학인 ‘커뮤니티 칼리지’ 무상교육 △연간 최대 7일간의 유급 병가 △최저 임금 인상 등 중산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 쓰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초 예상보다 강도 높게 ‘오바마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경기 회복과 20개월 만에 처음 달성한 50%의 국정 지지도(워싱턴포스트-ABC방송 19일 여론조사)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동안 ‘총체적 실패’라고 비판 받아온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과거의 일방주의적 군사 개입이 아니라 군사력과 강한 외교력, 다자 개입에 기반을 둔 ‘더 현명한 리더십’을 통해 국제질서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 그는 “끈질기고 꾸준한 해결책을 추구하는 리더십이 결국은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테러 위협을 언급할 때는 일부 의원이 언론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노란 연필을 꺼내 흔들기도 했다.

중산층 살리기 외에 초청 인사 소개를 통한 메시지에는 54년 만의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우주탐험, 건강이라는 화두가 실려 있었다. 쿠바에 5년간 수감됐다가 지난해 말 극적으로 풀려난 앨런 그로스 씨는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귀가를 축하합니다. 앨런”이라고 호명하자 앞니가 빠진 백발의 노인인 그가 벌떡 일어나 불끈 쥔 주먹을 힘차게 하늘로 들어올리자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3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가 1년 동안 머물게 될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씨를 향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우주에서도 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앱) 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또 지난해 담배 판매를 금지한 편의점 체인 CVS 건강 분야 최고경영자인 래리 멀로 씨를 소개할 때에는 “용단을 내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건 ‘부자증세’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다. 공화당 내 세제 전문가인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장(유타)은 “계급투쟁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세금 인상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고 밝혀 워싱턴 정가가 부자증세를 둘러싸고 대치 국면으로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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