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보완책 소급적용… 黨-政-靑 관계 변화 조짐 친박 이정현 “증세 아니다” 발언에… 김무성 “국민은 증세로 본다” 반박 靑 반대에도 소급적용 밀어붙여… 군인연금개혁 보류 이은 ‘與의 반기’
“집권 3년 차 청와대와 총선을 1년 앞둔 여당의 숙명이다.”
‘13월의 세금폭탄’으로 초토화된 여권이 21일 긴급 당정협의를 통해 연말정산 소급입법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데 대해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이 내린 진단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추진했던 ‘군인·사학연금 개혁’을 새누리당의 요구로 접은 데 이은 두 번째 회군(回軍) 케이스. 일각에서는 당청 간 역학관계가 당 쪽으로 기우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새누리당은 연말정산 논란이 불거진 초기에만 해도 ‘정부의 홍보부족’ 정도로 치부했고 청와대와 정부도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민심 이반이 걷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악화하자 여당이 선제적으로 대책 마련을 견인한 것.
김무성 대표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식했다고 전해진다. 17일 김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따로 만나 우려를 표했지만 정부의 뚜렷한 대응이 없자 20일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함께 기획재정부 관계자를 불러 이 자리에서 ‘소급 적용’ 카드의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당정협의를 만들어낸 것도 이 같은 심각한 상황 인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세금을 더 내는 국민은 증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인정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최고위원이 “증세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도 비공개 당정회의에서 “우리는 현장에서 민심에 항상 노출된 사람들”이라면서 “(정부가) 긴장감 없이 그렇게 하면 되겠느냐”고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당정협의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원내대표를 지낸 최 부총리가 여당 요구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데 대해 평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