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문화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초 한 감독의 임명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그의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 경력이 실제보다 11년이나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20일 뒤늦게 알려졌다. 한 감독에게서 받은 이력서를 옮겨 적다가 ‘오타’가 났다는 게 문체부의 해명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당시 한 감독이 곧바로 잘못됐다고 알려왔다는데 문체부가 20일 가까이 방치한 게 일단 당혹스럽다.
그런데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니 더욱 의아해진다. 한 감독이 문체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2013년부터 상명대 특임교수로 있었는데 문체부에서는 이걸 2003년으로 잘못 적었다는 거다. 그런데 한 감독이 특임교수로 일한 건 2014년부터다. 애초에 한 감독이 낸 이력서 자체가 잘못됐다.
청와대 역시 부실 검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립단체장은 임명에 앞서 청와대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 한 감독은 경력 일부가 잘못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했고 관련 증빙 서류가 없었음에도 청와대 검증을 통과했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임명은 10개월이라는 공백 끝에 겨우 이뤄졌다. 그만큼 신중하게 뽑았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문체부와 청와대는 잘못된 경력 하나 제대로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검증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실제로는 8개월에 불과한 특임교수 경력이 논란이 됐을 정도로 한 감독의 이력서가 초라한 것도 사실이다. 앞서 지난주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와 한국성악가협회는 “경험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 “납득할 수 없는 인선”이라면서 문체부에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26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
성악계에서 한 감독에 대해 자질 시비를 제기하며 반발하는 건 내로라할 경력이 없는 ‘깜짝 인사’를 꼼꼼히 검증하지도 못한 정부의 자업자득은 아닐까.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