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에 연류된 혐의로 기소된조응천 전 비서관이 재판 준비기일을 맞아 22일 오전 서초동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이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조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범죄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박관천 경정(49·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문건을 유출하라고 지시한 적 없고, 박지만 EG회장 측근에게도 문건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바 없다”며 “사실 관계와 나머지 법리 부분에 대해서도 다툴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과 함께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 회장 측에 수시로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 경정(49·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한모 경위(45)도 조 전 비서관과 함께 법정에 나란히 섰다.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하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 경정은 푸른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박 경정의 변호인은 “증거 기록이 3000페이지에 달하는 데다 아직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피고인과 의견 조율을 거쳐 의견서 형태로 입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거 내용을 공개할 경우 각종 문건들이 언론 등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며 재판부에 비공개 심리를 요청했다. 해당 문건이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 내부 인사나 개인 사생활에 관련된 내용이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판부는 추후 비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6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