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문화부 기자
지난주 백제 특별전 개막식에는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참석했으며 현지에서 한일 연구자들의 학술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현지 박물관 관계자는 “칠지도와 왕흥사지 사리기, 무령왕릉 출토 유물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며 “당초 한국에서 건너오기로 한 ‘백제 금동대향로’까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사실 양국 박물관은 수년 전부터 백제 특별전 개최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규슈에 이어 나라국립박물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순으로 대단위 순회 전시회를 열려고 했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의 상징성을 되새기는 데 백제와 왜의 문화 교류만 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이다.
쓰시마 섬 불상 도난으로 칠지도의 한국 반출이 힘들어진 게 결정적이었다는 박물관 측 설명이 있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경화 행보가 한몫한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한일 관계의 틈바구니 속에 국민은 백제의 1급 문화재를 감상할 소중한 기회를 잃은 셈이다. 일본 국민도 백제 금동대향로를 볼 수 없게 됐다.
다시 칠지도로 돌아가 보자. 근초고왕의 아들이 서기 369년 왜왕에게 선물로 건넨 칠지도는 단조 방식으로 일곱 개의 칼날을 구현해 낸 백제 공예품의 진수다.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는 칠지도는 그 자체로 한일 문화 교류의 상징이랄 만하다. 당시 백제는 칠지도뿐만 아니라 불교, 유교, 율령, 한자 등 고급문화의 정수를 왜에 전해 주고 군사 지원을 약속받았다. 단순한 문화 교류의 차원을 뛰어넘어 외교, 군사적 협력까지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런 역사의 교훈은 현재도 유효하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첨예한 정치, 외교적 갈등을 푸는 데는 문화적 접근이 최선”이라며 “예컨대 음식문화 교류전은 한일 간의 공통분모를 발견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안보 위협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일본을 계속 외면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김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렇다면 양국 관계의 최후 보루로서 문화 교류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백제 특별전이 일본에서만 열리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