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국산 소형 비행기 이용하는 듯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왼쪽)가 항공 및 반항공군 2620부대를 방문해 손을 들고 있다. NK뉴스는 22일 김정은이 미국 소형 비행기(원 안·세스나 172 스카이호크)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K뉴스 홈페이지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2일 “북한으로서는 김정은의 5월 러시아 방문이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은 카드”라고 진단했다. 핵안보 정상회의나 유엔총회처럼 핵이나 인권문제 등 북한을 압박하는 특정 주제를 다루는 자리가 아닌 만큼 큰 부담 없이 국제무대에 데뷔할 수 있다는 것. 해외 정상들을 상대로 양자 협상을 벌이는 자리가 아니고 여러 정상이 모이는 다자 무대이기 때문에 집권 3년 차이지만 정상 외교 경험이 전무한 김정은에게 큰 부담이 없는 안전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국제 행사에 등장하는 김정은에게 쏠릴 국제적 관심은 대내 선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북한이 잃을 것도 없지 않다. 김정은이 단순히 전승절 축하 사절단 형식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수령 체제 중심의 북한식 외교나 사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일이었다면 러시아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낼 것”이라며 “단순히 전승절 행사 참석차 러시아를 간다면 자칫 남의 잔치 축하 들러리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식 사고에 맞지 않는 행동은 통치 정당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북-러 정상회담을 명분으로 김정은이 러시아를 찾는다 해도 평양이 떠안을 부담감도 있다. 고 교수는 “중국을 제치고 김정은이 첫 정상회담 상대로 러시아를 선택할 경우 북-중 관계가 더 나빠지게 되고 그 파장은 오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