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전래 이사철인 ‘신구간’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있다. 신구간은 ‘지상을 관장하는 모든 신이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전 3일까지)으로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다. 이 시기에 집을 옮기거나 수리를 해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에 집단적으로 이사하는 풍습이 내려오고 있다.
제주 주민들은 신구간에 한꺼번에 이사하는 풍습이 있어 이사행렬이 장관을 이뤘으나 갈수록 이사하는 가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 시기를 맞아 반짝 특수를 누리던 이사업체와 가전업체도 시들한 모습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구간을 겨냥해 사용 승인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공동주택은 제주시 951채, 서귀포시 471채 등 모두 1422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068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지난해 신구간에는 제주시 삼양택지개발지구에 1638채의 부영아파트가 공급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최대 규모의 단일 공동주택이 160채에 불과하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 유입인구가 많아지고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신구간을 지키는 이사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주택공급 역시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연중 이뤄져 신구간에 이사하는 가구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