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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진대 산업경영공학과 학생과 교수들이 현장실습차 하이트 홍천공장을 방문한 후 기념을 사진을 찍고 있다. 산업경영공학과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산업공학 분야에 원가, 회계 등 경영서비스 분야의 과목도 개설해 어떤 기업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 대진대제공
‘영어단어 100개’, ‘2번 바뀐 학과명’, ‘취업률 전국 4위’. 대진대 산업경영공학과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키워드다. 영어단어 100개에는 교수들의 사랑이 들어있고, 2번 바뀐 학과명은 변화의 의지를 상징하며, 취업률 4위는 그런 노력이 가져온 훈장이다.
‘영어단어 100개’는 산업경영공학과에만 있는 독특한 영어실력 향상제도. 학과는 3학년 2학기까지 전공과목과 연계해 일주일에 한 번 100개의 단어를 대상으로 영어시험을 치러 성적에 반영한다. 최재호 교수는 “대학생이라면 토익점수가 최소 400점은 돼야 한다고 생각해 2009년부터 커리큘럼 개편과 함께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산업공학과’→‘산업시스템공학과’→‘산업경영공학과’로 바뀐 과의 이름에서는 시대흐름을 선도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산업경영공학과의 현재 커리큘럼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산업공학의 본래 영역에 본격적으로 서비스의 개념을 추가했다. 신기태 교수는 “한국의 중심산업이 제조에서 IT로 변하고, IT버블이 꺼진 후에는 관리가 산업의 중요한 개념으로 대두됐다. 이에 맞는 교육을 하기위해 학과 이름까지 바꿨다”고 말한다. 왜 공대에서도 서비스를 배워야 할까? 신 교수는 “기계 전공자의 경우 기계를 직접 만들기보다 만드는 걸 관리하는 일을 많이 한다. 원가, 회계, 관리의 요소를 이해하고 전체를 볼 수 있어야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현장에서도 융·복합 지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공과목들은 대부분 팀제 기반에서 가르치고 배운다. 이승구 씨(2학년)는 “팀제 기반인 ‘데이터베이스’ 수업에서 1주일에 한 번꼴로 팀원이 번갈아 발표를 한 덕에 발표력도 늘고 자신감도 붙었다”고 했다. 취재에 동행했던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이성권 교사(대진고)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육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얻은 자신감의 효용은 학과가 운영 중인 영어 성적과 자격증 점수를 더한 졸업인증점수제인 ‘IE’ 통과 비율로도 증명된다. 2014년 8월 졸업부터 적용하고 있는 ‘IE’에서 재학생의 80%가 인증을 통과하고 있는데 이는 점수제를 도입하기 이전의 통과율보다 60%포인트가 올라간 것.
대진대 산업경영공학과의 강점은 교수와 학생간의 신뢰다. 2013년 스승의 날에 임성옥 교수가 책임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09학번 이광백 씨(좌)를 비롯한 학생들이 감사의 글과 함께 카네이션을 전달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님의 가르침에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시대 흐름에 맞는 교육과 학생들에게 쏟는 정성은 취업률 증가로 보상을 받고 있다. 2012~2014년 평균 취업률은 81.6%. 2014년은 86.7%로 전국 56개 동종학과 중 4위다. 취업률이 높은 이유는 중소·중견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교육과 학생지도의 방향을 크게 틀었기 때문이라고 신기태 교수는 말한다. “높은 취업률은 학생지도에 변화를 준 덕분이다. 중간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고 실제로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책임지도교수제와 1, 2학년에게는 학점을 부여해 동기를 유발하고 3, 4학년은 학점과는 관계가 없지만 필수인 ‘비전설계 및 상담’ 과목의 체계적 운영이 도움이 됐다. 자신감이 붙은 학생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알게 됐다.”
학생과 교수들은 함께 캠핑도 하고 스키도 타러 다닐 만큼 사이가 좋지만 공부만큼은 에누리가 없다. 임성욱 교수가 담당하는 ‘경영과학’ 과목은 리포트를 냈더라도 연구실로 찾아와 다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학점 얻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만 학생들은 열심히, 그리고 순순히 따르고 있다고. 10학번으로 앱 유통회사인 ‘kidsplatform’에 인턴으로 근무 중 정규직 채용이 확정된 이지선 씨. 그는 “교수님들과 사이가 좋아 수업에 집중했고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공부했다. 회사에서 품질관리업무를 맡고 있는데 대학에서 ‘제품개발론’을 배울 때 신제품이 가진 문제점을 미리 생각해보고 해결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연습을 많이 한 것이 실제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학과는 40명의 입학정원 중 수시에서 24명(60%)을 선발한다. 학생부 성적 3~4등급이 많지만 수능최저 학력기준은 없다. 특이한 점은 입시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학과 교수들이 수시면접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정시 합격자의 수능 평균은 4.7등급. 2014년 수시 합격자의 경우 21명 중 2명만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성권 교사는 “이 정도면 꽤 높은 등록 비율이다. 학과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과의 2014년 장학금 지급률은 43.7%, 1인당 평균액수는 182만 원인데 학교에서 주는 효행장학금과 우애장학금이 눈길을 끈다. 학교는 7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도 작년에 장학금을 40억 원 증액했다.
교수들은 산업경영공학을 ‘공대의 인문학’이라고 불렀다. 인문학 바람에 빗대 산업경영공학의 성격을 설명한 것. 05학번으로 CJ E&M 음악유통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박진호 씨는 “산업경영공학도는 공대 전공자들을 이끌어 주는 ‘공대의 지휘자’”라는 말도 했다. 교수와 졸업생들의 속내에는 수험생들이 대진대 산업경영공학과의 장점과 가능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들어 있었다. ※이 취재에는 전국교육정책교사연대 이성권 교사(대진고)가 함께 했습니다.
포천=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