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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민주화운동 보상금 받았다면 국가 손해배상 청구 못한다”

입력 | 2015-01-23 18:17:00


과거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해 간첩으로 몰려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다면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김우종 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85)와 소설가 이호철 씨(83), 고 장병희 전 국민대 명예교수 가족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소를 무효화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이 과거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는데, 이 법 18조 2항에 따라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다고 봐 손해배상 소송을 따로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전 교수 등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4년 개헌지지 성명을 낸 걸 빌미로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각종 고문을 당한 끝에 허위 자백을 하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들은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재심을 권고 받았고, 법원은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김 전 교수 등 7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1심에서 총 12억여 원을, 2심에서는 총 7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이 2005, 2008년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으면서 이미 재판상 화해를 한 것이므로 배상금을 따로 줄 수 없다며 항소했다. 민주화운동보상법 18조 2항은 보상금을 받으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교수 등은 2005, 2008년 생활지원금 명목으로 733만~1354만 원을 받았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수 의견으로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은 이상 재판상 합의한 것이라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복역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반면 이상훈 김용덕 고영한 김창석 김소영 대법관은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재판상 화해 효력이 정신적 손해에까지 미치는 건 아니라며 소수 의견을 냈다. 한편 민주화보상법은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된 상태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