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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배당의 묘수’

입력 | 2015-01-26 03:00:00

잇단 주주 친화정책 배경은?





세계 스마트폰 업계 1위와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잇달아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차기 후계자의 안정적인 경영여건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됐다는 지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주 이탈을 막기 위한 ‘당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주주 만족+경영권 강화


삼성전자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배당금 확대 규모를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12월 배당금을 2013년 대비 30∼50%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2013년 2조1600억 원을 배당한 삼성전자가 증권가의 예상대로 40%가량 배당 규모를 늘리면 배당금 총액은 3조 원을 넘어선다. 지난해 1만4300원이던 주당 배당액도 2만 원대로 높아진다.

삼성전자가 배당 규모를 늘리는 배경에는 해외 기업들에 비해 배당금이 인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시가배당률은 1%대로 3∼4%선인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낮아 그동안 배당을 늘리라는 외국인 투자기관들의 압박이 이어져 왔다.

이와 함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이 장기화함에 따라 본격적인 3세 승계 과정을 밟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주주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숙제도 생겼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은 드라마틱한 실적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배당을 확대함으로써 주주들을 달래는 게 삼성으로선 중요해졌다”며 “정부가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내수경기 활성화 시책에 부응하는 이미지를 쌓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2조 원을 들여 자사주 1.12%를 취득한다고 발표한 것 역시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은 주주 가치 제고뿐 아니라 이 부회장의 우호지분을 확대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배당 확대는 ‘양날의 칼’


애플은 지난해 111억2600만 달러(약 12조 원)를 배당금으로 썼다. 시가배당률은 약 2%로 삼성전자의 두 배 수준이다.

애플이 원래부터 이렇게 주주친화적인 기업은 아니었다. 애플이 배당에 나선 것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사후 팀 쿡 최고경영자(CEO) 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잡스 사후 아이폰 판매와 순이익이 급감하자 쿡 CEO는 잡스가 고집했던 ‘무배당 원칙’을 뒤로한 채 2012년 배당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쿡 CEO의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 덕에 시가총액이 늘어 2013년 부진한 실적을 내고도 리더십을 인정받았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미국 회사 중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3년간 가동해온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 이익 환원 프로그램이 올해 4월 종료됨에 따라 애플이 다시 2000억 달러(약 216조6400억 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들여 배당과 자사주 취득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배당 확대가 주가를 띄우고 시가총액을 늘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저성장 기업들이 쓰는 일시적 ‘당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한다. 배당 확대가 결국 저성장에 빠진 기업이 실적으로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때 꺼내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 역시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구글은 아직까지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세가 꺾인 2004년부터 배당을 시작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