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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델 정의론, 개인-공동체 간 갈등 무시”

입력 | 2015-01-26 03:00:00

박정순 교수 윤리학회 학술대회서 비판




“마이클 샌델은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갈등과 하위 공동체들 사이의 갈등을 무시한다.”

박정순 연세대 교수(철학)는 25일 한국윤리학회의 동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논문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샌델은 하위 공동체와 상위 공동체가 아무런 대립 없이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믿기 어려운 ‘낙관주의적 허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체적 가치와 도덕성을 내세우는 샌델 교수의 이론이 자칫 공동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식의 ‘공동체 지상주의’로 흐르기 쉽다는 것이다.

특정 학자의 대중 학술서에 대해 비판적인 학술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국내에서만 130만 부가 팔린 샌델 교수의 책이 미친 사회적, 학문적 파장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샌델 교수는 대표적인 ‘공동체주의’ 이론가로 자유주의적 다원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을 둔 도덕성을 특히 강조해 왔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일본에서도 60만 부가 팔려 큰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하버드대 교수라는 지적 브랜드와 대화형 강의의 신선함, 도덕적 딜레마를 설명하는 풍부한 사례 제시, 신자유주의에 대한 사회적 염증, 덕을 권하는 유교 전통과의 합치 덕분”이라는 고바야시 마사야 일본 지바대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윤리나 정치 영역에서 종교를 분리할 수 없다고 보는 샌델 교수의 논리도 도마에 올랐다. 박 교수는 역사상 종교 전쟁의 참혹함을 거론하며 “샌델은 정치 영역에 종교를 개입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근시안적 편협의 소치이며 동시에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학술대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꽃마을한방병원 콘퍼런스룸에서 열린다. 박 교수와 이한 변호사가 기조발표를, 김선욱(숭실대) 김영기(경북대) 김은희(건국대) 이양수(한양대) 이정은 교수(연세대)가 발표를 맡았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