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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일본인 참수’ 한국 정부는 논평없이 계속 침묵…왜?

입력 | 2015-01-26 16:50:00


극단주의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에 피랍됐던 일본 인질 1명이 살해됐지만 한국 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가자지구, 이집트 테러 등 중동사태에 대해서도 간간히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IS의 일본인 살해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제적인 재난이나 인명피해, 불의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다.

특히 올해가 광복 70년, 한일수교 50년인데도 여전히 한일 관계 돌파구를 만들지 못한 채 최악의 상태에 있는 점을 생각하면 외교부의 무반응은 더욱 아쉽다. 한국이 누구보다 앞서 일본인 희생에 애도와 분노를 표출했다면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외교는 외교관들만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hearts and minds)까지 잡아야 가능한 게 외교다.

아직까지 한국 정부가 반응을 내지 않은 이유가 논평을 낼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계속 문안을 다듬고 있기 때문이라면 그것도 문제다. IS가 예고한 ‘72시간’이 끝나는 시점이 23일이었기 때문에 문안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모든 정책에는 타이밍이란 게 있다. 실기(失機)하면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다른 나라와의 사례에 비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한국은 2014년 8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씨가 IS에 살해됐을 때는 “IS의 행위를 강력 규탄하고 유족과 미국 정부에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주말 인터넷에 공개된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 씨의 살해 장면을 두고 진위 논란을 겪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기까지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26일 오전(한국 시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일본 인질 살해에 대한 규탄 성명이 나왔다.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가 인정한 만큼 기정사실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입을 닫고 있던 한국 정부는 26일 오후 5시 30분이 돼서야 논평을 내놨다.

조숭호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