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선수단 서열 넘버1인 감독이 공 박스를 옮긴다고?” kt 조범현 감독(왼쪽)이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에서 진행 중인 전지훈련에서 공이 들어있는 박스를 손수 옮기며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 kt 조범현 감독의 소통법
훈련 후 공 줍고 장비정리…선수들 의아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며 소통에 노력
조감독 “솔선수범 문화, 내가 먼저 앞장”
경기장에 도착하면 서둘러 야구공 등 훈련 장비를 옮긴다. 스케줄이 시작되면 수백 번 펑고를 치고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모든 일정이 종료되면 다시 앞장서 공도 모으고 배팅 케이지, 피칭 머신 등 장비를 정리한다. 일찍 훈련이 마무리 된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도록 자신의 차에 태워 숙소로 데려다 준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하루 12시간의 강행군이다.
16일 일본에 도착한 kt 선수단의 전지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코칭스태프와 현장 직원들은 모두 한순간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조범현 감독이 훈련 시작과 종료를 보조요원들과 함께하며 온갖 장비 정리를 함께하자 모두 ‘우리가 뭘 잘못 했나’라며 불안해했다. 선수들도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조 감독은 매일 반복해서 보조요원 역할을 도왔다. 이제 보조요원들이 감독과 장비 철수와 정리 순서를 상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순번이 앞에 있어 스케줄이 빨리 끝나는 선수들은 직접 차에 태워 숙소로 빨리 데려다 주며 “조금이라도 더 푹 쉬어라”고 배려하고 있다. 차 속에서 이뤄지는 짧지만 깊은 대화는 감독과 선수를 한층 더 가깝게 이끌고 있다. 훈련시간에는 직접 수백 번 펑고를 치고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의견을 나누고 큰 웃음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kt에는 KIA, SK에서 조 감독과 함께 했던 경험이 있는 코치와 선수, 프런트들이 있다. 그들 눈에는 쉽게 믿겨지지 않는 감독의 새로운 모습이다. 조 감독은 그라운드 밖에서는 선수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며 농담도 즐기지만 강도 높은 훈련과 철저한 전력분석, 냉철한 카리스마가 떠오르는 무서운 감독이었다.
그러나 1군 데뷔를 앞둔 kt 스프링캠프에서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며 자신부터 바꾸고 있다. 캠프에서 펑고를 치고 배팅 볼을 던지는 감독은 종종 있지만 훈련 보조요원들과 뒤섞여 장비를 정리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결국 감독부터 앞장서 팀을 위해 모두 하나 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조 감독은 “혹독한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서로 솔선수범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