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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없는… 美 ‘창조경제 모세혈관’

입력 | 2015-01-27 03:00:00

나홀로 호황 美… 혁신기업 현장르포
오바마 규제완화에 기업들 화답… 창업지원 시스템으로 경제 활성화
한국은 창조경제-혁신 외치지만 정부-기업 손발 안맞아 성과 못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진앙이었던 ‘주식회사 미국’이 부활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성장 둔화, 유로존 0%대, 일본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은행(WB)은 미국 성장률을 3.2%로 전망함으로써 2015년 세계 경제는 미국이 ‘나 홀로 독주’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부활을 이끈 원동력은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중앙은행의 돈 풀기, 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 등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책을 통해 제조업 부활을 밀어붙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뚝심과 위기에도 시들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결정적 비결로 꼽힌다. 기업가 정신을 통한 창업과 혁신 시스템이 제조업 부활을 이끌고 여기서 만들어진 최첨단 기술이 자본을 끌어들이고 이 자본이 다시 신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전통 제조업과 애플 구글 트위터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일으켰다.

미국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와 기업인들은 “이제 미국 부활을 만든 혁신 에너지가 모세혈관처럼 전방위에 걸쳐 민간 부문에 퍼지고 있다”며 “각종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는 다양한 영역의 ‘비즈니스 혁신’이 경제 활성화를 떠받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미 경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 맨해튼이다. 맨해튼은 요즘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실리콘 앨리(Alley·골목길)’로 불릴 정도로 IT를 넘어 교육 금융 패션 등 실생활과 연관된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템을 실현하는 창업의 요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인 벤처기업을 발굴해 전문적이고 입체적인 창업 지원 서비스를 하는 ‘ERA(Entrepreneurs Roundtable Accelerators)’, 월세 400달러(약 43만2000원)만 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맞먹는 사무 공간을 지원해 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주는 ‘위워크(WE WORK)’, 해외 지사를 따로 두지 않아도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현지 업무를 도와주는 ‘리저스(Regus)’에 이르기까지 기업 활동을 이끄는 다양한 혁신 비즈니스 사업이 창업과 중소기업을 도와주고 있다. 20, 30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심플 은행’은 지점을 없애고 수수료를 최소화해 2013년 4만 명이던 고객을 1년 만에 12만 명으로 늘렸다.

그동안 미국 정부나 기업은 ‘경제 살리기’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한 호흡으로 움직였다. 한국은 딴판이다. 정책마다 부처 간 엇박자를 내기 일쑤이고 미래를 먹여 살릴 성장 동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투자와 소비심리는 밑바닥이고 경제성장 전망도 비관 일색이다. 정부는 틈만 나면 ‘창조경제’ ‘혁신’ ‘규제 철폐’를 외쳤지만 해놓은 것이 없다는 비판론이 무성하다. 정부와 기업의 분발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2015년 새해 ‘혁신 USA’ 현장을 통해 한국 경제 회생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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