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학탐방]광주과학기술원
23일 광주과학기술원 기전공학부 박사과정 황성의 장준환 정지성 씨(왼쪽부터)가 직접 개발한 레이저 스캐너 장비 등을 보여주고 있다. 지스트 제공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 최고경영자’
지스트 과학기술응용연구단(GTI)은 학생들의 모의 창업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술 마케팅 투자 창업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 조언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예비 CEO의 사업계획과 일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학생 개인의 아이디어나 사업 능력에 의존하는 기존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달리 학생이 속한 실험실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진행한다. 자신의 기술과 아이디어, 비즈니스 마인드를 사업 모델로 발전시켜 가는 과정을 체험하도록 해 창업 후 부딪칠 수 있는 난관을 헤쳐 갈 수 있게 해준다. GTI 박기환 단장(기전공학부 교수)은 “‘실패도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학업 중에 자기 연구 분야와 연계한 창업을 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유망 기술로 신세계를 연다
지스트대학(학사과정) 박태규 씨(24)는 학부생 창업 1호다. 지난해 ‘클리커(Clicker) 앱’이란 아이템으로 회사를 차렸다. 클리커란 자신의 생각을 제3자가 모르게 상대방에게 전달하거나 의견을 수렴하는 기계장치. ‘나는 가수다’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등 TV를 보면 방청객이 클리커를 누르는데 이것을 앱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박 씨는 클리커 앱을 지스트 등 학교에 강의 교재용으로 무료 배포하고 인지도를 높인 다음 여론조사업체 등에 판매해 수익을 낼 계획이다. 그는 “클리커 앱이 총선이나 대선 여론조사에 사용됐으면 좋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GTI의 창업진흥센터는 박 씨처럼 우수 창업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는 해외 고급 인력의 국내 창업과 재외동포 및 우수 유학생의 ‘귀환(歸還)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중소기업청의 외국인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글로벌 창업 이민센터’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14명을 뽑아 창업 지원금과 사무 공간, 기숙사를 제공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스트는 지난해 6월 대학이 갖고 있는 사업성 높은 기술을 기업체와 공유하고 벤처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기술 체험형 박람회인 ‘G-테크페어(TechFair) 2014’를 개최했다. 박람회는 21년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한 지스트의 연구 역량과 첨단 기술력을 보여줬다. 모의 창업회사 4곳을 대상으로 한 ‘모의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19억1600만 원이 모아졌다.
지스트의 우수한 연구 성과와 기업의 자본, 경영 노하우를 결합한 연구소기업도 건전한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인지바이오는 지스트와 ㈜인포피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2012년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기업. 지스트 김민곤 교수팀이 보유한 바이오 분야 원천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진단용 바이오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2년간 연구 끝에 기존 제품보다 경쟁력이 높은 콜레스테롤 센서, 호흡기 바이러스 진단 키트 등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진단용 바이오센서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5조 원이다. ㈜인지바이오는 2022년까지 최대 200명의 고용 효과와 연 매출 2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스트가 보유한 환경 관련 특허기술을 활용한 셰일가스 연구소 기업이 설립됐다. 지스트는 광주 전남지역의 정부출연연구소,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소, 민간 기업부설연구소 소속 연구원의 창업을 돕는 ‘기업가정신 교육센터’를 지난해 개설하고 ‘기본-심화-실전’의 3단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 교수1인당 논문 피인용… 2014년 ‘세계 4위’ 기록… 6년만에 11계단 뛰어 ▼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인 QS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4년 세계대학평가에서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은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Citations per Faculty)’ 부문 세계 4위로 평가돼 세계 정상급 연구 역량을 보여줬다.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는 해당 대학의 평균 연구실적과 동료 연구자의 연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여주는 지표다. 지스트는 2008년 이 부문 세계 15위를 기록한 후 2012년 7위, 2013년 6위에서 지난해 다시 두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지스트의 뛰어난 연구 성과는 설립 초기부터 교원 등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온 덕분이다. 지스트는 모든 신임 교원에게 ‘스타트-업 펀드(Start-up Fund)’를 지원하는 한편 연구 업적이 우수한 교원이 정년퇴임 후에도 지스트에 남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스트 시니어 펠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교수 업적 평가 때 논문이 게재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의 순위에 따라 가점을 주고 질 높은 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재학생을 교수의 연구 파트너로 인식하고 학사·석사·박사과정 학생이 연구에 활발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연구 역량을 높이는 비결이다. 이 같은 시스템 덕분에 2005년 이후 졸업한 지스트 출신 박사들은 재학 중 평균 6편 이상의 SCI급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재학생 1인당 특허 출원 건수도 0.24건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지스트는 10년 후 종합평가에서 세계 30위권의 ‘작지만 강한 이공계 명문대’로 도약하기 위해 대학원과정의 외국인 학생 비율을 현재 10%에서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학생의 연구를 지원·관리하는 ‘외국인학생·연구원지원센터(ISSO)’도 설립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와의 교류 협력도 기술 이전, 창업, 기금 모금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등 명문대와 특화 분야 연구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