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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김’ 연속골… 완벽하게 이겼다

입력 | 2015-01-27 03:00:00

[아시안컵 27년만에 결승행]
4강전 이라크에 2-0 승… 31일 ‘55년 만의 우승’ 도전
‘군대렐라’ 이정협 기선 제압 헤딩골… 추가골도 도움…승리 부르는 황태자
수비 실수에도 기용 김영권 쐐기골… 김진수도 ‘특급 도우미’ 역할 톡톡히




반세기 넘도록 해묵은 우승 갈증을 풀어낼 기회를 잡았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불리는 이정협이 그 중심에 섰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 이정협과 김영권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우승을 노리게 됐다. 한국은 27일 호주-아랍에미리트의 준결승전 승리 팀과 31일 오후 6시 우승을 놓고 맞붙는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이정협이었다. 전반 20분 프리킥 기회에서 김진수가 왼쪽에서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리자 이정협이 정확하게 머리를 갖다대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정협은 후반 5분 김영권의 추가골까지 도우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국내 K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하러 다니며 대표팀에 선발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는 “새 선수를 발굴했다는 쇼맨십일 뿐”이라며 이정협의 깜짝 발탁을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정협은 A매치 데뷔전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데 이어 이번 대회 조별리그 호주전 결승골과 이라크전 선제골로 자신을 진가를 증명했다. 4강전을 앞두고 이정협이 슈틸리케 감독에게 받은 주문은 단 하나다. “감독님이 ‘항상 그렇듯이 훈련하던 대로 해라. 전방에서 상대와 많이 싸우고 공중 볼 경합에서 지더라도 같이 뛰어 괴롭혀라’고 주문했다.” 이정협은 “호주에 와서 감독님과 면담했다. 감독님은 ‘네가 잘하든 못하든 책임은 내가 진다.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해라’고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웃었다.

이정협의 등번호는 18번이다.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황선홍 포항 감독이 18번을 등에 달고 A매치 데뷔전에 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정협은 “사실 내가 원했다기보다는 18번을 팀에서 줘서 달았다. 황선홍 선배님의 대를 잇는다는 표현은 지금의 나에게는 과분하다. 다만 앞으로 대를 이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협 못지않게 이날 빛난 스타는 김영권과 김진수였다. 지난해 11월 요르단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백패스 실수로 상대에게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내주는 등 불안했던 김영권을 슈틸리케 감독은 믿고 기용했다. 김영권은 이정협이 페널티 지역 중앙 밖에서 가슴으로 받아 떨어뜨린 공을 그대로 걷어찼고 이는 상대 수비수에게 맞고 굴절돼 골로 연결됐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완벽한 수비를 보여주면서도 연장 후반 손흥민의 결승골을 도왔던 김진수는 이라크를 상대로도 이정협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특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경기 후 라디 셰나이실 이라크 대표팀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다. 한국 팀이 매우 잘했고 수준이 높았다. 우리는 두 차례 실수를 했고 상대는 그 기회를 골로 연결했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시드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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