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27년만에 결승행] 빠른 패스로 이라크 흔들기 적중… 측면 공격수 ‘한교원 카드’도 성공
첫 번째 ‘슈틸리케 마법’은 지피지기(적을 알고 나를 알라)였다. 한국보다 하루를 덜 쉬어 체력적인 부담이 큰 이라크를 상대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비가 오는 날씨까지 고려해 선수들에게 한 템포 빠른 패스를 주문했다. 이라크는 수비 숫자를 늘리며 체력을 아꼈지만, 한국이 측면과 중앙에서 활발하게 패스를 이어가자 따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마법은 철저한 경고 관리다. 8강에서 경고가 모두 소멸된 점도 한국의 적극적인 공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에 오를 경우 경고 1장을 소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경고를 받은 선수들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등 경고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한국이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조별리그와 8강전에서 받은 8명의 경고는 AFC의 규정에 따라 소멸됐고, 이날 태극전사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게 한 토대가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경기 후 “한국이 경기를 하면서 점차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규율도 잘 잡혀간다. 한국 문화이자 우리의 강점인 것 같다. 세트피스를 계속 연습했는데 이전과 달리 오늘 잘됐다”면서도 “한국이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승을 하더라도 한국 축구는 더 노력해야 한다. 당장 보완할 점이 많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시드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