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 중 박근혜 대통령이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를 공개했다. 반장을 놓치지 않으면서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성실’이라는 덕목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장충초등학교 학생부에는 “자존심 강한 어린이” “특정한 아동들과만 노는 습관이 있다”는 기록이, 성심여고 때는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학생 박근혜’의 인성에 대한 교사들의 예리한 관찰력에 탄복하게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 전형)의 등장과 함께 인성은 대입에서도 영향을 발휘하게 되었다. 대학에선 ‘인성이 드러나도록 구체적 사례를 들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사실상 인성평가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학교폭력을 생활부에 기록해 학교폭력 감소 효과를 노리기도 했다. 올해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대와 사범대 입시부터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에 불을 붙였다.
▷당장 학부모가 동요하고 사교육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전교조는 “점수에 의한 서열 경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성평가 강화는 새로운 인성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비판한 반면 한국교총은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사교육 업체들은 인성전형 시장 개척에 나설 태세다. 하지만 궁금하다. 어떤 인성을 어떻게 평가할 작정인가.
▷뉴욕타임스는 최근 ‘학교에서 인성을 가르쳐야 하나?’라는 도발적 칼럼을 실었다. 절제력, 호기심, 의지, 성실…. 이러한 덕목의 인성은 학교 성적과 인생 성공에 지능보다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라고 해서 늘 바람직한 건 아닐 수 있다. ‘호기심’이 ‘성실’보다 점수가 높은지 낮은지는 평가자마다 다를 것이다. 학생의 외향성과 내향성에 따라 교사가 달리 지도하는 건 몰라도 성격을 바꾸도록 ‘교육’할 순 없다는 논란도 뜨겁다. 더구나 시험으로 인성을 평가할 경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답을 달달 외워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인성이 입시를 위한 수단이 되는 순간 인성교육은 물 건너간다는 게 인성교육의 딜레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