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청년드림]“발음보다 전달력… 핵심부터 찔러라”

입력 | 2015-01-28 03:00:00

YBM과 함께하는 직종별 영어공부법 무역상사




대우인터내셔널의 고중선 과장(오른쪽)과 사원 추성민 씨가 청년드림센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 과장 등은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무역상사에서 어학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해줬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러시아 거래처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여주인공은 ‘기다렸다는 듯’이 유창한 러시아어를 뽐내며 대화를 주도한다. 명문대 독어독문학과 출신인 다른 등장인물은 독일어에 능통하다. 전문용어 구사에도 거침이 없다.

무역상사에서 일하는 ‘상사맨’들의 이야기로 크게 인기몰이를 한 케이블방송 드라마 ‘미생’ 속 장면들이다. 얼마 전 끝난 이 드라마에 나온 상사맨들은 수준급 영어실력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일부 직원은 유창한 제2외국어 실력을 옵션으로 뽐냈다.

상사맨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장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해외시장 개척,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도 주요 임무 가운데 일부. 외국어 능력은 업무와 직결되기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 발음? 마음 얻는 전달 방식이 필수

토익 점수만 높이면 유능한 상사맨이 될까. 당연히 아니다. 무역상사에서 인정받으려면 상사맨에게 필요한 맞춤형 외국어 실력이 필수다. 이에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직접 상사맨들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무역상사에서 외국어의 중요성, 그리고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지.

미생에 나오는 회사의 배경으로 알려진 대우인터내셔널은 국내 대표 무역상사다. 최근엔 전통적인 상사 업무 외에도 자원 개발, 무역 중개 등 분야를 다각화하며 진화하고 있다.

청년드림센터는 대우인터내셔널 직원 2명을 인터뷰했다. 한 명은 고중선 과장. 입사 이후 줄곧 인사·채용업무 등을 담당하는 HR지원실에 근무했다. 다른 한 명은 인턴 과정을 거쳐 2013년 12월에 입사한 신입사원 추성민 씨. 그는 기계플랜트본부 플랜트2팀에서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입찰 수주, 화공 기자재 납품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일단 궁금했다. 상사 직원들이 실제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외국어를 잘하는지. YBM에서 제공한 직종별 토익 점수(2013년 1월∼2014년 6월 성적 기준)를 보면 무역 직종에 종사하는 회사원들의 평균(683점)은 전체 회사원 평균(627점)보다 높았다. 토익 스피킹 역시 무역 직종(129점)이 전체 회사원(119점)을 앞섰다.

고 과장은 “대우인터내셔설이 공채에서 요구하는 최소 점수가 토익 기준으로 860점”이라고 했다. 단순 점수보다 더 중요한 건 대화 능력. 추 씨는 “실제 유창한 수준으로 영어 대화가 가능한 직원이 3명 중 1명꼴”이라고 말했다. 제2외국어 능통자도 갈수록 늘어 본인이 담당하는 지역의 경우 현지 언어로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한 직원들만 20∼30% 수준은 된다고 설명했다.

영어 발음이 부실하면 상사맨이 되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 할까. 고 과장은 “무역상사 입사 희망자들은 입사 전 어학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크다”며 “단순히 현지인처럼 발음 좋다고 뽑을 거였으면 모두 현지 채용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그는 탁자 앞에 놓인 펜을 집고 말했다.

“이걸 외국 바이어에게 판다고 가정합시다. 발음 등 스킬의 비중은 30%도 안 돼요. 마음을 얻는 핵심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공감대를 형성하느냐 이겁니다.”

○ 말할 땐 두괄식, 어휘 공부는 꼼꼼하게

상사맨을 꿈꾼다면 일단 영어로 얘기할 때 두괄식으로 말하는 습관부터 기르라고 고 과장은 조언했다. 일단 핵심부터 찌르고 이후 부연 설명하는 방식이 돼야 협상이 용이하다는 설명. 추 씨는 회화가 서툴더라도 어휘만큼은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때로는 고급스럽고 적절한 한 단어가 여러 문장보다 가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입사 전, 최소한 비즈니스 영어 용어라도 익히고 들어가면 업무 적응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영어 대화 시 주눅 드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상사맨은 보통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아도 본인 아이템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권한만큼 무거운 책임까지도 피하지 않고 즐기는 성향을 가진 인물을 회사가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외국어로 대화할 때도 언제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고 과장은 “신입 면접 때도 적극성, 자신감, 사업을 리딩하는 경영 마인드를 가장 눈여겨본다”고 귀띔했다.

제2외국어의 경우 여건이 된다면 하나쯤 공부해 두는 게 좋다. 특히 중국 일본 러시아 남미의 경우 해당 지역 바이어들의 영어가 서툰 경우가 많아 현지어 능력이 업무에 상당히 유리하다. 추 씨는 “대만 회사와 입찰을 진행할 때 일단 서류부터 중문으로 돼 있어 눈앞이 캄캄했다”며 “현지 지사 직원들과 전문통역사의 도움까지 받았지만 시간을 맞추는 데 빠듯했다”고 토로했다. 고 과장은 “제2외국어를 공부할 땐 단순히 언어만 익히는 것보다는 그 언어를 쓰는 지역의 문화, 전통 등도 함께 공부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 무역상사들은 입사 이후 어학공부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추세다. 외국어 활용 빈도가 잦고 전문성에서 외부 요구 수준이 높아진 데다 직원들의 학습 수요도 커졌기 때문. 대우인터내셔널은 10여 개에 달하는 외국어의 초중급 교육을 위해 아예 회사에서 강사를 초빙하고 있다. 또 그 이상 수준의 어학교육을 위해 학습비도 충분히 지원해준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