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 달라진 소비]<下> DIY 인기
정형진 씨(29) 역시 가구 DIY족이다. 벽돌과 목재를 사서 방 크기에 맞게 책장과 침대를 만들었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는 학교 주변을 돌며 버려진 나무판이나 책상에서 재료를 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가구점에서 30만 원 정도인 책장을 재료비 5만 원만 들여 비슷하게 만들었다.
최 씨와 정 씨처럼 직접 가구를 만드는 DIY족은 더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본보와 엠브레인 서베이24가 이달 13일 20∼59세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41.5%가 DIY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DIY 경험자 중 37.8%는 ‘주변 사람에게 DIY를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 “쓸 돈도 없는데”… ‘셀프 소비자’ 증가
이힘찬 씨(36)는 지난해 12월 이사를 하며 인테리어 작업을 직접 했다. 천장과 벽면, 벽면과 벽면이 만나는 모서리를 덮는 몰딩 작업을 하고 집안 전체에 페인트칠을 했다. 인테리어 업체에 문의했을 때 받은 견적은 최소 80만 원. 이 씨가 직접 하니 비용은 재료비 20만 원이었다. DIY로 60만 원을 아낀 셈이다. 이 씨는 DIY를 통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앞으로는 웬만한 작업은 혼자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욕실 모서리에 실리콘을 바르는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업체를 불렀는데 10만 원을 줬다. 나중에 재료값 1만5000원이면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알고 보니 그리 어려운 작업도 아니라 다음에는 직접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가구를 만들고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일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조립가구업체 이케아의 인기도 높다. 이케아 관계자는 “배송과 조립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소비자가 반제품을 사서 직접 조립한다는 뜻이다. 국내 중소업체가 만든 조립식 가구를 찾는 소비자도 점점 늘고 있다.
○ “DIY, 이제는 중요 소비 영역”
DIY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주부 김윤지 씨(33)는 지난해 12월 털실을 구입해 유행하는 루피망고 모자를 만들었다. 실몽당이 3개로 모자 3개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털실의 가격은 실몽당이 하나에 2만 원. 같은 소재로 만든 완제품을 산다면 개당 4만 원 이상 줘야 한다. 김 씨는 남편이 쓴 스킨 빈 병으로 실내용 방향제도 만들었다. 아이의 장난감도 직접 만들어 줄 계획이다.
DIY의 확산은 업계 매출에서도 드러난다.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의 지난해 하반기(7∼12월) DIY 관련 매출은 2013년보다 상승했다. 모든 상품군에서 20% 이상 매출이 올랐다. 타일이나 욕조 코팅제 같은 욕실보수용품(158%)과 가구(83%) 등 고비용 상품군에서 특히 매출이 많이 올랐다. 향초(86%)와 뜨개실(60%) 등 각종 생활용품의 매출 상승도 두드러졌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