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스포츠동아DB
■ Q&A로 살펴본 ‘박태환 도핑 사태’
7월 주사 맞고 9월초 테스트 10월말 인지
임시 자격정지 내려지지 않아 체전은 강행
테스토스테론은 엄격 금지된 근육강화제
보통 2∼4년 자격정지…치료 목적땐 경감
박태환(26)의 소속사인 팀 GMP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태환이 도핑검사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박태환 측은 “모 병원으로부터 무료로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치료) 및 건강관리를 제공받았는데, 해당 의사가 ‘도핑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된 주사제를 놓았다”고 해명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복용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2월 말 반도핑위원회 청문회를 열어 박태환에게 소명 기회를 준 뒤 징계를 확정할 예정이다.
Q=인천아시안게임에선 왜 문제가 없었나?
A=박태환이 문제의 주사를 맞은 시점은 지난해 7월, 도핑검사를 받은 시점은 9월 초다. 9월 초에 채취한 시료에서 금지약물이 적발됐는데, 3주의 격차를 두고 출전한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문제가 없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27일 “박태환이 대회 중 받은 3번의 도핑 테스트에서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금지약물도 일종의 반감기가 있다. 3주의 기간 동안 체내에서 배출될 수도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Q=박태환 측은 언제 도핑 적발 사실을 알았나?
A=보통 도핑검사 결과는 한 달 내에 전달된다. 정밀검사를 할 경우엔 시간이 더 지체되기도 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태환 측은 9월 초 검사를 받은 이후 10월 말 FINA로부터 양성 반응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때 박태환은 제주도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10월 28일∼11월 3일)에 출전 중이었다. 그는 이 대회에서 4관왕에 올랐는데, 소속사가 도핑 적발 사실을 전달받은 이후에도 경기에 나섰다. 다만 박태환 본인이 이 시점에서 도핑 문제를 인지했는지, 아니면 소속사가 선수에게 함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박태환은 전국체전 직후 소속사 관계자와 함께 문제가 된 병원에서 본인의 진료기록을 떼어갔다. 이는 FINA에 소명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소한 전국체전 직후인 11월 초에는 본인도 도핑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Q=도핑 적발 통보 이후 전국체전 출전은 문제 없나?
A=보통 최초 도핑 적발 직후엔 임시 자격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도핑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한다. 소명 기회 등을 거쳐 최종 징계가 확정되기 이전에도 이의 제기를 통한 시간 벌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사실상 이렇게 하는 것이 선수에게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최종 징계기간이 확정되면 이에 임시 자격정지 기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태환의 경우 도핑 적발 사실이 통보됐을 당시 임시 자격정지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전국체전 출전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이 전언이다.
Q=최종 징계가 내려지기 전까진 대회 출전이 가능한가?
A=보통 도핑테스트에선 2개의 샘플을 채취한다.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10월 말 박태환 측이 도핑 적발을 통보받았을 때는 A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됐다. 이후 박태환 측은 B샘플도 검사해줄 것으로 요청했지만,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A·B샘플의 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FINA는 A·B샘플에서 모두 금지약물 성분이 나오자 박태환에게 임시 자격정지 조치를 내렸다. 현재는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 호주 등에선 도핑 적발 해외선수의 전지훈련 등을 규제한다. 박태환이 최근 미국에 다녀오는 등 새로운 전훈지를 물색했지만, 이에 걸림돌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A=박태환은 남성호르몬 주사제 ‘네비도’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사제에는 대표적인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돼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로 근육강화제로 많이 쓰인다. 특히 반도핑기구에서 엄격하게 다루는 성분이다. 통상적으로 금지약물 양성 반응 시에는 2∼4년의 자격정지가 내려진다. 그러나 치료 목적인 것을 입증할 경우 견책부터 2년 자격정지까지 줄 수도 있다. 문제는 박태환이 금지약물인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반도핑기구가 선수에게 무지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다는 것이다. 만약 2년 이상의 징계를 받는다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없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 @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