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조1위 통과로 호주 대신 개최국 프리미엄 누려
결승 상대 보다 하루 더 쉬고 이동 일정도 없어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26일 이라크와의 2015호주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승리한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그는 “8강전(22일)을 마친 뒤 우리가 이라크보다 하루를 더 쉰 것은 맞다. 사실 이 일정은 개최국 호주를 위한 것이었다. 개최국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인데,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따돌리고 조 1위를 차지해 좋은 일정을 손에 넣게 됐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다. 한국-이라크의 4강전이 벌어진 26일은 호주의 국경일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였다. 1788년 영국 제1함대 선원들과 영국계 이주민들이 호주 땅을 처음 밟은 날로, 한국의 개천절과 비슷한 날이다. 호주는 자국 대표팀이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4강에 오르면 국경일을 맞아 시드니에서 경기를 성대하게 치른다는 계획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를 축하하는 불꽃놀이도 경기장 인근에서 준비했다. 그러나 한국이 호주를 꺾고 A조 1위를 꿰차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 덕분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27일 훈련 없이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코칭스태프는 훈련하는 것보다는 쉬면서 심신을 달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진수(23·호펜하임)는 이번 대회 5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도 한 차례 교체 아웃됐지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시간은 고작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출전시간이 길었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기성용, 김진수는 현 상황에선 마땅한 대체자원이 없는 선수들이다. 모든 선수들의 회복이 중요하지만 특히 이들 2명에게는 휴식보다 좋은 보약이 없다. 수고한 태극전사들 모두 푹 쉬면서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도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 @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