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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매거진/Fashion]에르메스? 샤넬?… 나를 빛내줄 가방은 어디에

입력 | 2015-01-29 03:00:00

500만 원으로 여자의 드림백(Dream Bag) 찾기




강렬한 오렌지색 스커트에 검정색 ‘에르메스 켈리 백’을 든 여성. 에르메스 켈리 백은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제 1의 장벽, 구매까지의 험난한 길이 제2의 장벽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사이즈별로, 소재별로, 색깔별로 인기를 얻고있는 드림백 세계의 ‘끝판왕’. 게티이미지/멀티비츠이미지 제공

당신에게 현금 500만 원이 생겼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의 선물일 수도 있고, 직장생활 10년 만에 겨우 자신을 위한 여유를 찾게 됐을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기념이 될 만한 평생의 가방을 갖고 싶었던 당신.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기 위해 후회 없이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여기 A, B, C 세 명의 여성이 나누는 가방을 향한 ‘담소’를 엿들어 보자. 당신의 스타일 여정에 작은 팁이 되지 않을까.

델보 톰페트 백을 든 미국 패셔니스타 올리비아 팔레르모. 델보 제공

A: 무엇보다 유행을 타지 않는 가방을 찾고 싶어. 2000년대 초반 명품을 하나둘씩 사기 시작했을 때 다들 ‘대를 물려줄 가방’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대를 잇기는커녕 7년 전에 산 ‘루이뷔통 룩스브리’ 백은 집에서 잠만 자고 있어. 이제 매장에서 팔지도 않잖아. 당시엔 직장 여성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는데 말야.

B: 우리 집에도 잠자고 있는 ‘마크 제이콥스 스탐’ 백이 있어. 5, 6년 전만 해도 커다란 가방이 유행이었잖아. ‘멀버리 베이스 워터 백’, ‘끌로에 패딩턴 백’ 등 잇 백을 사기 위해 월급을 모았지.

델보 브리앙(왼쪽). 델보 브리앙 유머(한정판)

C: 근데 다들 ‘한 시대’는커녕 1, 2년만 풍미하더니 중고시장으로 사라졌어. 명품이 대를 물려줄 가방이란 건 그때 그 시절의 마케팅이었지. 200만∼300만 원이 쉬운 사람들한테는 상관없지만 이게 큰돈인 우리 같은 월급쟁이에겐 부담 아니니? 그래서 유행 탈 것 같은 가방엔 돈 쓰기도 싫더라.

A: 그래서 역시 사람들이 결혼할 때 혼수로 ‘샤넬’을 부르짖는 걸까? 2007년인가 친구랑 둘이 프랑스에 여행을 갔었어. 친구는 ‘샤넬 클래식 캐비어 백’, 나는 끌로에 백을 샀고 가격은 엇비슷했어. 그런데 내 끌로에 백은 너무 유행이 지나 멜 수가 없고, 친구 백은 가격이 두 배는 올랐잖아. 샤넬백의 가치는 적어도 10년 이상 유지되는 것 같아.

B: 근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어. 2010년에 샤넬 클래식 캐비어 백 미디엄 사이즈를 460만 원 주고 샀는데 얼마 전 매장에 가니 640만 원이더라. 물론 그때 산 가방 중에 아직도 들 수 있고 예쁜 가방은 샤넬 하나긴 해. 다만 결혼식장에는 절대 들고 갈 수 없을걸. 캐주얼에 아무렇지 않게 메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아.

C: 모두 다 샤넬 클래식이나 2.55백을 들고 오니까. 그럼 ‘보이 샤넬’은 어때? 아직 희소성이 있고, 체인 장식이 클래식하면서도 뭔가 로큰롤 스피릿도 나서 여기저기 매치하기도 좋고 말야.

샤넬 보이 샤넬(위쪽). 발렌시아가 아레나 자이언트 미니 시티

A: 샤넬 ‘보이 샤넬 카프스킨’ 스몰 사이즈가 612만 원 정도 하더라. 500만 원으로는 이제 클래식 가방을 사긴 어려운가봐. 좀 보태서 샤넬 클래식이나 보이 샤넬을 산다면 차라리 시즌에 새로 나오는 다채로운 색깔을 골라 보는 게 어떨까. 어차피 블랙은 너무 많잖아. 핑크나 오렌지, 블루, 레드 같은 색깔.

B: 다채로운 색깔을 찾는다면 요즘 뜨고 있는 ‘델보’는 어떨까? 1829년에 벨기에 장인이 만든 가방이래. 벨기에의 ‘에르메스’로 불린다잖아.

A: 딱 깔끔하고 로고도 없어서 더 고상해 보이긴 하더라. 공효진, 고소영, 천송이(전지현)도 메고 말이야. ‘브리앙’이랑 ‘톰페트’가 인기고 브리앙은 고소영이 들고 나온 딸기 색상이 인기래.

C: 근데 이것도 500만 원으론 어림없어. 단단한 가죽(박스 카프) 미디엄 사이즈가 600만 원대거든. 소장가치만 있다면 좀더 보태도 되지만….

루이뷔통 카퓌신(위쪽). 발렌티노 락스터드 클러치

B: 역시 유행 탈까봐 걱정되는 거지?

C: 맞아. 그리고 아무리 나만을 위한 가방이래도 사람들이 너무 몰라주면 은근 섭섭하더라.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델보 델보 하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직 ‘루이뷔통’이 제일 알아준다잖아. ‘카퓌쉰’ 라인이나 요즘 한정판으로 나온 ‘셀러브레이팅 모노그램’ 라인도 괜찮은 것 같아. 가격대는 물론 500만∼600만 원을 넘지만 말야.

A: 200만∼300만 원대에도 오래가는 가방들이 은근 있어. ‘프라다 사피아노’도 상대적으로 오래 가지 않니?

B: 깔끔해서 예쁘긴 한데 2012년에 너무 떠서 희소성이 떨어진 게 흠이야. 이래서 너무 뜨는 가방은 오히려 살 때 망설여진다니까. 의외로 오래가는 가방이 ‘발렌시아가’의 ‘아레나’ 라인이긴 해. ‘모터 백’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지.

루이뷔통 셀러브레이팅 모노그램 컬렉션(크리스티앙 루부탱 디자인)(왼쪽). 프라다 사피아노 럭스

C: 그러고 보니 요즘 ‘발렌티노’의 ‘락 스터드’ 라인도 오래가고 있지 않니? 클러치 백 너무 예뻐. 유행을 타겠지만 그래도 사고 싶더라. 백화점에서 180만 원 정도 하고. 양가죽이라 약해 보이는 게 흠이지만 말야.

A: 가방 얘기는 정말 끝이 없다. 어차피 500만 원으로 고전 백을 찾기 어렵다면 아예 더 모아서 ‘끝판왕’을 사는 게 나을 수 있겠어.

B·C: 에르메스 버킨이나 켈리백?

A: 사이즈별로 1200만∼1300만 원 정도 하잖아. 수십 년 동안 인기도 여전하고. 재벌들은 사이즈별 색깔별로 다 있는 것 같더라. B: 그런데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돈이 있어도 원하는 색깔 사이즈가 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볼까?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