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겨울 난방비가 ‘0원’이었던 적이 있는 아파트가 전국에 약 5만500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915가구는 계량기가 고장 나거나 주민이 고의로 계량기를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전국 공동주택 906만 가구 가운데 주택법상 의무관리대상인 748만 가구를 대상으로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의 난방비를 조사한 결과 5만5174가구(0.74%)가 최소 한 달 이상 겨울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H아파트의 난방비 의혹을 폭로한 뒤 아파트 난방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진 데 따라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계량기가 고장 나거나 훼손돼 관리비를 내지 않은 경우도 6915가구(12.5%)에 이르렀다.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158가구가 계량기 고장 상태를 방치하다가 최근 무더기로 적발됐다. 충남 천안시의 D아파트에서는 8가구가 고의로 계량기를 훼손한 사실이 적발돼 해당 가구 주민과 관리사무소가 추가 납부할 난방비 규모를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현재 계량기 관리책임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맡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아파트에 대해서는 난방비리를 의심해볼 수 있었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의 관리부실이 문제인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법을 개정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