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선후배 사이인 프로농구 SK 문경은 감독(44)과 삼성 이상민 감독(43)은 대학 시절 ‘람보 슈터’와 ‘컴퓨터 가드’로 호흡을 맞췄다. 그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연세대는 대학 팀 최초로 1993~19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둘은 프로에서도 팀은 달랐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많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그랬듯이 이들도 프로 팀 지도자가 됐다. 선배 문경은이 2011~2012시즌 감독대행으로 SK를 맡았고, 후배 이상민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삼성 사령탑이 됐다.
선수 시절 9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는 등 프로농구 최고의 별로 빛났던 이 감독이지만 사령탑 첫 시즌은 고난의 연속이다. 1라운드를 공동 7위(3승 6패)로 마쳐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2라운드에서 1승(8패)에 그치며 최하위(10위)로 추락했다. 2, 3라운드에 걸쳐 9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2011~2012시즌 14연패에 이은 역대 팀 최다연패 2위였다. 전자랜드와의 4라운드 경기에서는 역대 최다 점수 차(54점) 패배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8일 현재 8연패에 빠져 있고, 8승 32패로 승률은 0.200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 감독도 데뷔 시즌에는 이 감독처럼 시련을 겪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KCC와의 첫 경기부터 역대 개막전 최다 점수 차(26점) 패배를 당했다. 이 감독처럼 2, 3라운드에 걸쳐 9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최종 순위는 9위(19승 35패·0.352). 문 감독은 “선수 때는 혼자 잘 하면 됐는데 감독이 되니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나름대로 발버둥을 쳤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배 사령탑으로서 이 감독에게 조언을 해 달라고 하자 문 감독은 “대단한 선배 감독님들이 많은데 내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겸손해 하면서도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하나씩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다 보면 좋아질 것이다. 이 감독이 하루 빨리 연패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단, 우리 팀을 상대로는 말고”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많이 힘들지만 지면서 배워 가고 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많이 놓친 게 아깝다. 시즌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된다. 일단 올 시즌 목표는 3할 승률에 탈꼴찌”라고 말했다. 목표대로 된다면 문 감독의 사령탑 첫 시즌과 비슷한 성적이다.
이 감독의 삼성은 다음 경기에서 8연패를 끊을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삼성은 29일 2연승의 SK와 맞붙는다. 앞선 4차례 대결에서는 모두 SK가 이겼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