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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사용후핵연료에 보관 수수료 과세하겠다”

입력 | 2015-01-29 03:00:00

기장군 등 5개 지자체 공동추진… 관리부담금 30% 지자체 이관 건의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효시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원전 소재 5개 기초자치단체는 사용후핵연료 보관과 관련해 과세를 추진하기로 했다. 동아일보 DB

한국 원자력발전소의 효시(嚆矢)인 고리원전이 위치한 부산 기장군과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들이 핵폐기물 보관과 관련해 재정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장군은 “27일 전남 영광군청에서 열린 제17차 원전 소재 5개 지자체 행정협의회에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폐기물) 과세’ 안건을 상정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28일 밝혔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 안에서 수년간 핵분열과 동시에 막대한 열에너지를 낸 뒤 나온 우라늄연료(연료봉) 다발. 행정협의회에는 기장군을 비롯해 경북 경주시와 울진군, 울산 울주군, 영광군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사용후핵연료의 보관 수수료 신설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징수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의 30%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정부 입법을 통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 개정으로 세외수입 신설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5개 지자체는 매년 총 1000억 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체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을 둘러싼 지역주민의 반대 여론이 높고, 중간저장 시설 및 처분 시설 계획이 전무한 상태에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임시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더이상 위험을 방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용후핵연료 임의보관에 따른 잠재적 위험 비용을 원전 소재 지역주민이 떠안고 있는 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발전소 외 이전 비용 절감에 따른 반대급부가 발생한 점, 중·저준위 폐기물 반입 수수료와의 형평성 등이 과세를 주장하는 근거다.

경주시는 원전이나 병원, 산업체 등에서 방사성물질을 다룰 때 사용한 의복 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 시설을 건립하면서 3000억 원을 지원받았다. 또 3조4000억 원 규모의 59개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위험성이 더 높은 사용후핵연료 보관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재정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는 한수원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 명목으로 2013년에 3300억 원 등 매년 수천억 원을 징수하면서도 정작 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에게는 지원금이나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시설이 별도로 없어 고리원전 4909다발 등 37만7860다발의 핵연료가 5개 원전 지하에 임시보관돼 있다.

과세체계 마련 등 세부적인 일을 맡기로 한 오규석 기장군수는 “원전이 위치한 지역주민은 매일 ‘핵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심정으로 불안하다”며 “아무런 보상 없이 40여 년간 원전 지하에 고준위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 지자체는 원전 주변지역 갑상샘암 환자 진료 및 치료대책, 원전사업자 지원사업의 지자체 이관, 원전 안전 강화 제도 개선, 고준위 폐기물 영구저장시설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