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어떻게 바꿀까]<1>무기력증 걷어내자
일반고에는 무기력증을 걷어내고 자존감을 회복해주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서울 서라벌고에서 방과 후 운영하는 4인 1조 심리상담 프로그램. 자신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색을 모아 ‘나의 소망 나무’를 칠하고 있다. 서라벌고 제공
“외국어고나 자율형사립고 심지어 특성화고 입학에 실패한 학생들은 특히 자존감에 상처를 많이 받은 채로 일반고에 입학해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상처를 겪고 나면 학습의욕이 뚝 떨어지지요.”
서울 동작구의 한 일반고에서 근무하는 나모 교사(29)는 학습지도가 가장 어려운 학생들로 ‘특목고, 자사고 등의 입학에 실패한 학생들’을 꼽는다. 이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기력증이다. ‘일반고 진학=실패의 결과’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직업교육을 원했지만 일반고에 온 학생들 역시 무기력하다. 특성화고가 전기선발로 직업교육을 원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을 데려가기 때문에 일반고는 여기서 탈락한 ‘나머지 학생들이 오는 학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성적 하위그룹에 속하는 학생들은 학습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하고, 학업 문제를 지적하는 교사와 갈등을 빚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흥주 박사는 “일반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사와 학생들의 패배감과 침체된 분위기”라며 “상당수의 일반고에서 학생과 교사가 단결해서 좋은 교육을 하려는 문화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패배감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진로진학계획을 1학년 때부터 설계해서 ‘일반고에서도 꿈을 꾸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일반고들은 이미 성공사례도 만들고 있다.
서울 서라벌고는 자존감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심리상담가를 외부강사로 채용해 1, 2학년생 대상으로 방과후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명 또는 8명씩 조를 짜서 자기 스스로 붙인 애칭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 장점 바라보기, 경험을 색으로 표현하기 등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되새기면서 자존감을 높이고, 섞이지 않았던 성적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효과가 있다.
대구 청구고는 입학을 앞둔 예비 고1 대상으로 겨울방학부터 진로진학계획을 설계해준다. 겨울방학에는 1주일 동안 진로에 대한 전화 또는 직접 상담을 통해 꿈과 소질에 맞는 진학방법과 대입 준비요령을 알려준다. 학생들이 1학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수능전형 등 각자의 요령을 갖고 신학기를 시작하니 수업에도 열의를 보인다. 이 학교 이동우 교사는 “학생들이 3년 동안 꿈을 지니고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일반고가 교육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