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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좋아 한국어 배우지만, 학부 유학엔 관심 없어요”

입력 | 2015-01-29 03:00:00

급감하는 외국인 유학생
본보 2012∼2014년 4년제大 분석




13일 경희대 국제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 외국인 어학연수생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7일 오전 경희대 서울캠퍼스. 방학 기간이지만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중국, 일본, 스웨덴,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어학연수를 온 학생들은 더듬거리며 강사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눴다.

“주말에 무엇을 하나요?”라고 강사가 묻자 “노래방에서 소녀시대 노래를 불러요”, “SM엔터테인먼트(연예기획사) 앞에 놀러 가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최근 방영하는 드라마 주인공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자넷 씨(21)는 “처음 만난 어학연수생들끼리는 한류 가수 누구 좋아하는지부터 묻는다”며 “대부분 한류에 빠진 학생들이어서 대화가 쉽게 풀린다”고 말했다.

○ 한류 좋아도 한국 대학은 NO

한류 바람이 전 세계로 불면서 대학들이 개설한 한국어 어학연수 프로그램은 각국에서 온 학생들로 붐빈다. 하지만 외국인 어학연수생이 증가하는 추세와 달리 국내 대학 학부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많아졌지만 한국 대학에 대한 관심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동아일보가 2012∼2014년 3년간 국내 모든 4년제 대학(분교 포함)의 유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어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외국인 어학연수생은 같은 기간 1만5250명에서 1만7417명으로 14.2% 증가했다. 반면 학부 유학생은 2012년 3만5650명에서 2014년 2만8327명으로 20.5% 감소했다. 보통 어학연수를 받은 학생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능력을 갖추게 되면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부와 각 대학은 어학연수생을 학부로 유입할 수 있는 ‘풀’로 여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은 늘면서도 대학 학부로 유입되는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 어학연수생들은 “학부 입학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홍콩에서 온 라천둥 씨(22)는 “홍콩에서는 한류 때문에 한국어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은 한국어를 일종의 취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출신인 모리 도모카 씨(21)도 “한국 노래의 뜻을 이해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운다”면서도 “대학 공부는 일본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 A대학은 3년간 어학연수생이 20% 늘었지만 학부 유학생은 30%나 줄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어학연수생의 다수는 고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학생들인데, 이들에게 한국은 한류 때문에 유명한 나라일 뿐 한국 대학은 무명(無名)에 가깝다”고 했다. 이 대학은 최근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중국 대학을 벤치마킹하겠다며 현지 답사를 떠나기도 했다.

○ ‘최대 고객’ 중국 유학생 급감

전문가들은 유학생 감소 추세의 직접적 원인으로 특히 한국 대학을 많이 찾던 중국, 일본, 몽골 등의 유학생이 줄었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 최대 고객인 중국 유학생은 2011년에는 5만9317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66%를 차지했지만 2014년에는 1만 명이 넘게 줄어 4만8109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56%가 됐다. 정부가 유학생 유치 관리 인증제를 실시하면서 대학의 마구잡이식 중국 유학생 유치에 제동이 걸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의 중국 유학생은 3년 새 10만 명 이상 늘었다.

중국 유학생 감소는 지방대에 더욱 타격이 심하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국 대학이라면 무조건 찾아왔던 중국 학생들이 이제는 유명 대학,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유학생 증감은 국가 경쟁력과 이미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별 대학의 유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 유학생 수를 증가세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68%가 인문·사회계열에 몰려 있는데 이공계가 가진 경쟁력을 중점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 유치 전략이 학부 중심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석·박사 과정의 유치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립국제교육원 정창윤 연구사는 “유학생을 유치할 만한 국가와 지역을 발굴해 유학박람회 등 홍보 활동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학생이 본국에 돌아가 다른 학생들에게 한국 유학을 권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사후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baron@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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