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수 경제부 기자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이사장으로 낙점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이사장 추천위원회는 이정환 당시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을 새 이사장으로 추천했고, 이 이사장은 주총을 통해 선임됐다. 그러자 검찰이 거래소 비리를 캔다며 수사에 나섰고 감사원의 감사도 이어졌다. 이래도 별 소득이 없자 정부는 2009년 1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압박했다.
증권사·선물회사 등 35개 민간기업이 90%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고 정부 지분은 전혀 없는 거래소가 공공기관이 된 과정은 이랬다. 이 전 이사장은 2009년 9월 임기를 절반가량 남기고 중도하차하면서 “정부가 개인을 쫓아내기 위해 제도와 원칙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 전 이사장은 스스로를 ‘투사’로 생각했겠지만 거래소 내부에서는 “자리를 지키려다 조직을 망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6년이라는 긴 과정을 거쳐 거래소는 비로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의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던 당시의 문제가 사라졌을까. 법적으로 거래소 독점 문제는 해소됐지만 현실적으로 대체거래소가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가 낙점한 인사를 줄줄이 금융기관으로 내려 보내는 ‘낙하산 인사’와 ‘괘씸죄 벌주기’는 얼마 전 KB금융사태를 통해 재연됐다. 이런 구태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하다. 거래소도 방만경영을 없애는 노력을 지속해 논란의 여지를 제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임수 경제부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