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버밍엄대 조사 결과 수면 습관에 따라 ‘아침형’ 선수는 낮 12시 20분에, ‘저녁형’ 선수는 오후 7시 40분에 최상의 운동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동아일보DB
롤런드 브랜드스태터 버밍엄대 생명과학과 박사팀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시간대에 따라 최대 26%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9일자에 발표했다. 브랜드스태터 박사는 “경기력에서 1% 차이는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가령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육상 100m에서 2등과 4등이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2등은 9.89초, 4등은 9.93초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이 22.5세인 운동선수 121명을 수면 습관에 따라 ‘아침형’ ‘저녁형’ ‘중간형’으로 나눈 뒤 하루에 여섯 차례 지구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운동능력이 최고로 향상되는 시간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티솔을 지목했다. 브랜드스태터 박사는 “저녁형 선수는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늦어지면서 덩달아 코티솔의 분비도 지연된다”면서 “근육이 힘을 내는 데 코티솔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운동능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대도 저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동호 인하대 예술체육학부 교수는 “자고 일어난 직후에는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한국스포츠개발원은 태릉선수촌이 아침식사 전에 실시하는 새벽훈련의 강도를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시차가 다른 해외에서 경기를 할 때는 멜라토닌을 섭취하고 일찍 자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