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3년만에 프로 올스타
프로배구 여자부 인삼공사 신인 문명화가 대전 인삼공사 스포츠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전교 최상위권이었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던 문명화는 고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입증하고 싶다”는 문명화는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날을 고대하며 기본기를 갈고닦고 있다. 대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콤플렉스가 특기로
부산 남성여고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문명화는 그저 키(현재 190cm)만 큰 보통 학생이었다. 이 학교 윤정혜 감독은 “명화 엄마하고는 선후배 사이다. 우연히 명화를 봤는데 한눈에 운동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동안 야자(야간 자율학습) 끝나기를 기다려 계속 매달렸다”고 말했다. 문명화의 어머니는 실업배구 선경과 현대에서 뛴 김영희 씨(50)다.
문명화는 결국 꼬임(?)에 넘어갔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대전 인삼공사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문명화는 “감독님이 ‘공부해도 별것 없다’고 설득하시는데 완전 설득의 달인 같았다”며 웃었다. 설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감독은 학교를 1년 쉬면서 기본기를 닦자고 제안했다. 문명화는 2학년을 두 번 다녔다.
문명화는 휴학 기간 코트에서 공만 주우면서 몸무게를 10kg 줄였다. 그 대신 3학년 때는 남성여고가 참가한 모든 경기에 나가서 뛰었다. 경험을 쌓고 프로 감독들의 눈에 띄게 해주려는 윤 감독의 배려였다. 문명화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선수가 되던 날 문명화는 윤 감독을 찾아가 “선생님 덕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 우상을 동료로
문명화는 지난해 11월 2일 수원 경기를 잊지 못한다. 이날은 문명화가 고교 선배이자 ‘우상’으로 삼는 현대건설 양효진(25)과 첫 맞대결을 벌인 날이었다. 문명화는 이 경기에서 1세트에 교체로 들어가자마자 블로킹으로 데뷔 첫 득점을 했다. 그는 “득점을 했다는 것보다 눈앞에 효진이 언니가 뛰고 있다는 게 더 신기하고 좋았다. 사실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내색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명화는 “요즘 차라리 배구를 빨리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 대신 나쁜 버릇이 없는 걸 위안 삼는다”며 “팀에서 신인이 나 혼자라 외로울 때도 있지만 배울 게 많아 경기가 없는 날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효진보다 나은 점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다 “속눈썹은 제가 더 길지 않나요?”라며 웃었다. 그 뒤 “국가대표가 돼서 효진 언니하고 올림픽에서 같이 메달을 따고 싶다. 그때는 더 나은 점이 하나쯤은 생길 테니 그때 대답하겠다”는 말로 생애 첫 언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29일 경기에서는 도로공사가 GS칼텍스를 3-1(25-21, 25-21, 22-25, 38-36)로 이겼고, 남자부 OK저축은행은 우리카드를 3-1(25-20, 25-22, 23-25, 25-15)로 꺾었다.
대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