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성 1호기 안전성, IAEA도 이미 인정 ▼
장창희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원전의 운영기간은 설계수명과는 무관하게 해당 기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가동원전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정기검사 이외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권고한 주기적안전성평가를 10년 주기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계속운전을 신청할 때는 추가로 미국의 인허가갱신제도의 기술 기준을 반영한 안전성평가 결과를 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심사를 받는다. 이미 미국과 유럽 각국의 많은 원전들이 유사한 과정을 거쳐 안전성을 확인한 뒤 최초 운영허가 기간을 넘어 계속운전 중이다.
한편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은 경제적으로도 많은 이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사업자 자체 평가와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평가 모두에서 계속운전이 최소 1000억 원 이상 경제적 이득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는 2008년 급격한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의 충격을 원자력에너지가 상당 부분 완화해 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 공급과 확보를 둘러싼 국제 경쟁과 분쟁이 빈번한 가운데 준 국산에너지인 원전의 안정적인 운용을 통한 에너지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이달 12일부터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거래가 시작된 상황에서 타 에너지원에 비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은 원자력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은 세계적인 에너지·환경정책과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이렇듯 에너지안보와 지구온난화 완화 측면에서도 안전성과 경제성이 확보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을 것이다.
끝으로, 월성 1호기가 가동이 미정인 상태로 2년 이상 정지돼 있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계속운전 신청과 심사가 운영허가 종료 시점에야 이루어져 너무 늦다. 최근 강화된 안전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하기에는 18개월인 심사기간도 충분히 길어 보이지 않는다. 또 월성 1호기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설비개선의 특성상 사업자는 계속운전 허가 여부가 불명확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 결정을 해야 하기도 한다. 머지않은 2023년과 2029년 사이에 10기의 원전이 운영 허가기간이 만료되고 대부분이 계속운전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현행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보완하는 방안도 논의할 때가 된 것 같다.
▼ 원전 재가동, 경제성도 안전성도 없다 ▼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는 경수로와 달리 천연우라늄 사용으로 전기용량 대비 건설비가 50%나 비싸고 L당 고급 양주 값에 이르는 무거운 물인 중수(重水)를 이용한다. 매일 연료 교체가 필요해 사용 후 연료 발생량이 많을 뿐 아니라 원자로 수명이 경수로의 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이유로 설계수명 30년 이전에 5700억 원의 비용을 들여 교체해야 한다. 안전성 보완 비용까지 추가로 든다. 중수로는 이런 비경제성 때문에 소수 국가들만 보유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전 세계 439기 원전 중 중수로는 34기뿐이며 그것도 개발국인 캐나다에 22기가 있다. 캐나다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4기가 있다.
월성 1호기 상업운전 개시 1년 전인 1982년 캐나다 온타리오사는 중수로의 발전단가가 경수로의 3분의 2에 불과하다고 경제성을 세일즈했다. 당시 경수로 이용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미국 등의 경수로는 기술혁신으로 이용률이 90%를 웃돈다. 중수로는 답보상태로 발전단가가 오히려 경수로에 역전됐다. 부지 측면을 보자. 일반 경수로는 약 600m 거리 바깥에 주민 거주를 허용한다. 중수로는 이 거리가 1km에 육박함에도 발전용량이 작아 면적당 발전효율이 경수로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중수로는 건설비 절감을 위해 격납건물에 강철판을 덧대지 않아 그 보완책으로 주민을 원전에서 더 멀리 떨어져 살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월성 1호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대사고 때 압력을 저감시키는 설비를 해외로부터 고가로 구입했다. 따라서 이 설비의 적합성을 국내 기술로는 보장하지 못한다.
설계수명을 보자. 경수로는 원자로 수명을 그 원전의 최대 설계수명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원자로 교체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월성 1호기는 원자로 수명이 설계수명인 30년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원자로 교체를 계속운전과 무관한 것으로 치부해 왔다. 이것이 설계수명 예측 실패를 공론화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도 없고 계속운전 인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결정으로 큰 비용을 들여 미리 월성 1호기 원자로를 교체했다. 이제는 그 비용 회수를 위해 계속운전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반대에 직면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국내 중수로 기술의 캐나다 의존성이다. 설계기술 자립도가 높은 경수로에 비해 중수로는 그 원천기술을 잘 이해하는 전문인력이 국내에 전무하다. 캐나다의 기술 이전 회피로 국내 전문인력 양성이 오래전에 중단됐고 남은 인력도 퇴직했거나 중수로가 비주력 원전이라 해서 대부분 다른 분야로 옮겼다. 캐나다에만 기술을 의존하는 것은 계속운전 뒤 월성 1호기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높은 반대 여론에도 월성 1호기 재가동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또 많은 돈을 들여 캐나다에 손을 벌려야 하는가.
장창희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