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권이라는 잿밥을 차지하려는 싸움이었다. 승려들의 유혈 사태가 이듬해 10월 조계사에서 다시 한번 재연되면서 국민적 불신과 지탄을 자초했다. 그러나 불교계 일각에선 1990년대 치고받으며 싸운 조계종 분규를 ‘차라리 순수하고 순진했던 시절’의 일로 여긴다. 요즘 종단 내 밥그릇 싸움은 더 교묘하고 음습해졌다는 것이다.
▷“중(승려) 정신이 실종됐다.” “지난 50년 동안 불교가 사회를 위해 기여한 게 하나도 없다.” 외부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난리가 났을 터이지만 조계종단 수장인 자승 총무원장의 발언이다. 그제 종단 간부부터 젊은 불자까지 참석한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행사에서 그는 이런 고백도 했다. “어려서 출가해 (절에서 대처승을 몰아내는) 정화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 스님 모시고 종단 정치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자승 스님은 백양사 승려들의 도박 파문 이후 사실상의 불출마 약속을 뒤집고 2년 전 총무원장 연임에 성공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