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녀 둔 가장 패가망신… 350억 도박 사이트 17명 기소
국내 굴지의 중공업회사 직원인 30대 A 씨. 그는 세 자녀를 둔 가장이다. 화목했던 A 씨 가정은 지난해 4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베팅 1회당 100만 원, 횟수는 무제한.’ 우연히 본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광고에 A 씨는 솔깃했다. ‘잘하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러시아 아이스하키, 이집트 축구 등 평소 접하기 힘든 경기에 베팅하면서 도박에 빠졌다. 한국에선 거의 주목하지 않는 해외 종목을 도박 대상으로 삼아 수사기관의 주목을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그는 7개월 만에 8000만 원을 잃었다. 여기에 사채로 빌린 2700만 원까지 탕진했다.
A 씨의 도박은 불법 도박단이 검찰에 잡히고서야 끝났다. 도박단의 꼬리가 붙잡힌 건 문자메시지 한 통 때문이었다. 2013년 성매매 알선 조직을 수사하던 검찰은 증거물로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대포통장을 양도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발견했다. 검찰은 이 통장이 스포츠 도박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해 1년 넘게 추적을 벌인 끝에 도박 자금이 오간 계좌 788개를 확인하고 도박단을 적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도박 사이트 운영자 김모 씨(39)는 2012년부터 필리핀 등지에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댓글로 회원을 모집했다. 김 씨는 3개월마다 도메인 주소를 바꿔 가며 지금까지 350억 원가량의 판돈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 이형택)는 김 씨 등 3명을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들을 도운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