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조종사 카사스베흐 중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인질 석방 협상에서 요르단 공군 조종사가 사태 해결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일본이 외교력을 총동원해 추진한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 씨와 IS가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여성 테러리스트 사지다 알 리샤위의 맞교환이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요르단 조종사 석방 문제로 일이 꼬여가는 듯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요르단의 무아스 유세프 알 카사스베흐 중위(26·사진)는 지난해 12월 F-16 전투기를 몰고 IS 공습에 나섰다 시리아 북부 락까에 추락했다. IS는 낙하산을 타고 탈출하는 그를 생포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IS 공습을 시작한 이래 외국인 병사가 IS에 잡힌 것은 처음이었다.
카사스베흐 중위는 지난해 말 IS 영자 기관지 ‘다비끄’와의 인터뷰에서 연합군의 IS 공습작전 방법, 지휘 체계 등을 털어놨다. ‘IS가 당신을 어떻게 할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 “죽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모습이었다. IS는 선전 효과를 위해 카사스베흐 중위의 사진과 다비끄 인터뷰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IS는 지난해 말 카사스베흐 중위와 사형수 리샤위의 맞교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요르단 정부는 협상을 거부했다. 하지만 IS가 갑자기 일본인 인질을 붙잡아 놓고 리샤위와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나서자 상황이 급변했다. 요르단에선 “일본인이 아니라 카사스베흐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카사스베흐 중위의 부친은 28일 암만의 왕궁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면담하며 “아들을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카사스베흐 중위가 이미 살해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