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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세종시 정략해석 유감”… MB측 “전직은 묶여있어야 하나”

입력 | 2015-01-31 03:00:00

[3각 파도에 흔들리는 청와대]
[과거의 늪]前現정권 ‘MB 회고록’ 정면충돌
靑 “균형발전 결단… 정치적 의도 없어, 남북 비밀접촉 과정 알려져 우려”
MB측 “언론보도 보고 오해한 듯… 北의 정상회담 갑질 지적한 것”
개헌-선거구개편 의견 제시도 시사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두고 전현(前現) 보수정권이 정면충돌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과 남북관계 비사(秘史) 등에서 이 전 대통령이 언급한 일부 내용이 도화선이 됐다.

30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 기자실로 와 회고록에 언급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고위 관계자의 입을 빌렸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불편한 의중이 담겼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어조도 단호했다.

“회고록과 부록입니다”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과 부록 격으로 참모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 전 대통령 측도 재반박했다. 회고록을 총괄 기획한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제까지 국내 정치라는 변수 때문에 전임 대통령들이 계속 묶여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회고록은) 논란을 일으키기 위한 책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내걸고 돈을 받아먹으며 ‘갑’처럼 행세하는 건 맞지 않다. 조공 받는 태도를 고치려 한 것”이라는 말도 했다.

○ 청와대, 신뢰의 정치인 흠집내기 “유감”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2009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측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것은 잠재적 대선 주자에 대한 견제 의식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자청해 기자들 앞에 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것이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발언)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정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박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관점을 갖고 (수정안에 반대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을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는 박 대통령이 정략적 목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다는 식의 논리에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개인의 소신이나 신뢰를 버리는 정치 스타일이 아닌 것을 여러분들이 잘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과정 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비사가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언론에서도 많이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광복 분단 70주년을 맞아 올해 통일 기반 구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남북접촉 관련 정보가 노출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 MB “개헌 관련 의사 표현할 기회가 올 것”

이 전 대통령 측도 김두우 전 홍보수석을 앞세워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 전 수석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 과정에서 정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수정안을 반대한 게 아니었냐는 내용을 문제 삼은 청와대의 지적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회고록을 정밀하게 보면 그런 표현은 없다. 아마도 언론보도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언급한 정도는 친박(친박근혜)계 일부에서는 그런 의구심이 있지 않냐는 얘기만 써있다”며 “(정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얘기하는 건 논리에도 맞지 않고 이 전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얘기와 의도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청와대의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가 승계되는 과정에서 정보나 정책이 다 전달되는 게 마땅하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이 취약한 것 같다”며 “청와대에서 (전 정부에 대한) 보고를 더 받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선거구역 개편과 개헌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이루지 못했다”며 “왜 필요한지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언젠가 오리라고 보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박 대통령이 개헌과 관련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가운데 자신의 견해를 밝히겠다는 것으로 전현 대통령의 의견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네, 수고 많아요”라고만 한 뒤 승용차에 올랐다.

○ ‘대통령에게 깨졌다’

김 전 수석은 회고록의 부록 격으로 참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라는 책도 공개했다. 이 책에는 “회고록 집필 과정에서 전직 장관과 수석들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애증을 다루지 않으면 큰 줄기가 빠지는 것’이라고 건의했지만 MB는 ‘현직이 우선이며 현직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전직으로서의 도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적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그쪽(박 대통령)에서는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며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은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국민들이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을 때쯤 다시 쓰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 / 인천=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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