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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아직 채 성숙하지 못한 大國, 그들이 궁금하다

입력 | 2015-01-31 03:00:00

◇세계, 중국의 길을 묻다/먼훙화 등 지음/성균중국연구소 옮김/548쪽·2만 원·성균관대출판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던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잠시 한 줄기 찬바람이 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의 광복 70주년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를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제안한 직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고 청와대 대변인도 언론의 사실 확인 요청에 답변을 꺼렸다. 외교가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의식해 대중 관계의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한국의 미묘한 처지를 보여준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책(원제 ‘중국전략보고’)은 중국의 정치 엘리트를 양성하는 공산당 중앙당교 산하 국제전략연구센터가 중국의 국가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국제평화에 위협 요인인지, 새로운 협력 관계가 가능한지를 놓고 중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한국 등 각국의 연구자들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 끼여 국가이익을 지켜내야 하는 한국으로선 중국의 국가전략을 남의 일로 치부할 순 없는 노릇이다.

2013년부터 매년 한 권씩 발간되는 중국전략보고가 중국과 동시에 출간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동북아시아의 주축으로서 한중 관계가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한국어판 출판을 주도한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는 “이 책은 중국이 적극적인 세계전략을 추구하면서 주변국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6년 뒤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했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아직 세계 80위권인 개도국이다. 선진성과 후진성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공저자 중 한 명인 먼훙화 교수는 “성숙한 대국은 국가의 이익 국경을 명확히 지정하고 비판에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솔직히 중국은 아직 성숙한 대국 마인드를 갖추지 못했다”고 썼다.

중국의 국가 역량을 감안할 때 옛 소련처럼 세계 강국으로 단시간 안에 군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적인 국가이익과 직결된 동아시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의 개입 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미중 공동통치 체제를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수준에서 미중 간 힘의 비대칭성이 유지된다고 해도 동아시아 지역 수준에서는 힘의 균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균형 속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외교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