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남한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통일에 대한 기대를 접는 국민이 늘게 된다. 2014년 추계인구에 따르면 분단 이전에 태어난 70세 이상 국민은 43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6%에 불과하다. 10년이 더 지나면 거의 모든 국민에게 통일 대신 분단이 당연한 일상으로 굳어진다.
그래서 분단 70년인 올해의 의미가 무겁다. 통일을 거론하고 토대를 만드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제적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은 “냉전시대 열강들은 동서독의 분단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받아들여야 할 현실로 여겼다”는 말로 통일의 어려움을 술회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폭압적인 독재체제”라며 “북한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1월 취임사에서 미국에 맞서는 독재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주먹을 펼 의향이 있다면 우리도 손을 내밀 것”이라고 했던 그가 돌연 북한을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오바마의 대북(對北) 강경발언도 남북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바마가 분단 70년을 맞은 한국민의 심경을 헤아렸다면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 분단을 가볍게 처리한 주역이 미국과 소련이다. 미국 합참작전국은 조지 링컨 소장 주도로 1945년 8월 미국과 소련의 남북 분할점령을 결정했다. 39도선과 38도선을 놓고 논의하다 예일대 지리학과 니콜라스 스파이크만 교수의 책을 근거로 38도선을 선택했다(에드워드 로니의 ‘운명의 1도’). 소련은 미국의 분할점령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모스크바 승전 기념식 참석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푸틴에게 결자해지 차원에서 분단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라고 요구할 생각이 아니라면, 참석을 거부해야 한다. 오바마의 대북 강경발언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과거 정부는 북한이 미국과는 대화하며 남한은 거부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두려워했다. 현재 북한은 미국과는 물론이고 중국과도 대화가 막혔다. 우리가 봉중봉미(封中封美)에 직면한 북한보다 훨씬 유리하지 않은가.
분단의 고통을 외면하고 통일 노력을 도울 의지도 없는 외세에 70년 전처럼 휘둘릴 수는 없다. 우리가 결연하게 주인공으로 나서야 2015년을 통일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