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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31일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대표팀이 호주에 연장전 끝에 아깝게 패하자 아쉬운 마음에 넋두리를 했다. 호주가 아시안컵을 개최해 안방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한국도 다음 대회를 유치해 보란 듯이 우승하자는 말로 진한 아쉬움을 달랬다.
전북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최 감독은 박충균, 최은성 코치와 함께 호텔 숙소에서 TV로 결승전을 시청했다. 전반 손흥민과 기성용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리자 머리를 부여잡고 안타까워했다. 몇 차례 속공 연결 기회에서 대표 선수들이 전방 패스 전개를 머뭇거리자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최 감독에게 아시안컵 결승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최 감독은 현역 국가대표 시절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해 공수를 부지런히 넘나들며 상대의 에이스를 전담 방어했다. 하지만 4강 중국전에서 두 번째 경고 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승부차기 3-4패)와의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벤치에서 준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최 감독은 후배들이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꼭 그 한을 풀어주길 바랬다.
최 감독은 “4강전에 들어가면서 이미 경고 한 장이 있었는데 연장전에서 중국 선수가 볼을 갖고 시간을 끌어서 몸으로 밀치고 손으로 쳐 뺐었다. 그런데 심판이 중국 선수와 나에게 함께 경고를 주더라”며 “아차 싶어서 벤치를 보니 이회택 감독께서 머리를 쥐어짜고 고개를 숙이시더라”고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최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최 감독은 “갈수록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며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의 아픔을 빠른 시일 내에 치유하고 한국 축구에 다시 희망을 줬다”고 칭찬했다.
최 감독은 특히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힌 차두리에 대해 “가장 고참인 선수가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쥐어짜 뛰는 아름다운 모습에 팬들은 감동이라는 선물을 얻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두바이=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