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정선 씨(38·여·가명)는 틈만 나면 회사 근처 서점을 찾는다. 미혼인 그녀가 최근 즐겨 구입하는 것은 ‘그림 책’이다. 현재까지 모은 그림책만 30권이 넘는다. 4만원이 넘는 그림책(나무들의 밤)도 최근 구입했다. 퇴근 후 틈만 나면 그림책을 본다. 김 씨는 “그림이 워낙 예술적이라 정서적 치유가 된다”라고 말했다.
○ 그림책 보는 골드미스?
출판계에 따르면 김 씨처럼 그림책을 사보는 직장인 여성들이 요즘 많아지는 추세다. 동아일보가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함께 최근 발간된 그림책 10권의 독자 연령 대를 분석한 결과 30대 여성의 비율이 31.6%나 됐다. 이중 40% 내외가 미혼 여성으로 예측됐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책보다는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32쪽 내외의 그림책은 선물용으로도 부담 없다. 회사원 정모 씨(31·여)는 이달 초 그림책 ‘눈사람 아저씨’를 친구에게 선물했다. 정 씨는 “시집이나 카드처럼 감성적인 걸 주고 싶을 때 그림책을 선물한다”고 말했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실패를 겪은 친구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삶이 팍팍한 후배에게 권하는 그림책 등 상황별로 그림책을 분류한 글이 많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그림책 작가는 앤서니 브라운을 비롯해 존 버닝햄, 레이먼드 브릭스, 윌리엄 스타이그,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등이다. 3월까지 앤서니 브라운 작품 전을 여는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측은 “주말에는 아이 없이 주부들끼리 전시를 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최숙희, 김동성, 백희나 작가 등이 알려졌지만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작가는 드물다. 그림책 작가 이상화 씨는 “작가들 사이에서 성인을 위해 완성도를 높이고 예술적 면을 더 강조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귀띔했다.
○ 국내 그림책 시장, 영역 확대 중
국내에서 그림책이 활성화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 당시 시공사를 비롯해 비룡소, 창비 등에서 본격적으로 아동문학과 어린이 그림책을 발간하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일본 그림책 수입도 늘었다. 다만 유럽 등 해외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시장이 활성화됐다면 국내에서는 전집 위주여서 아동 교육용으로만 여겨졌다.
출판사도 고급 재질과 수제제본으로 제작된 4만~6만 원 대 고급 동화책을 발간하는 등 성인 독자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림책 ’나무들의 밤‘은 4만원이 넘지만 2년간 3000부나 팔렸다. 그림책 ’나비부인‘도 6만원이 넘는데 호응이 높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등 책을 펼칠 때 입체적으로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 그림책도 인기다. 보림 출판사 박은덕 편집장은 “출판계 불황 속에서도 성인 대상 그림책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