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클래스’ 시행 4년째… 사회공헌 총괄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집무실에서 ‘드림클래스’의 출범 계기 및 운영 에피소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시로 2012년 3월 시작된 드림클래스 프로젝트는 교육 양극화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왜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하는 사회가 됐을까.”
이 회장은 “(그런 사회는) 정말 암울한 사회”라며 “우리 사회에서 각자의 생활 수준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평등해야 좋은 사회다”라고 했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삼성의 교육 사회공헌 사업 ‘드림클래스’가 시작된 계기다.
삼성의 사회공헌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드림클래스에는 이건희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인재제일 사상과 기회평등의 철학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심화된 사회 양극화 현상이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으니, 빈곤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게 이 회장의 지시”라고 설명했다.
삼성 수뇌부는 드림클래스 사업을 기획하기에 앞서 다양한 전문가와 정부기관, 학부모 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이 가운데 ‘기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교육’을 꼽은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의 조언에 주목했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낸 라잔 총재는 “18세 청소년들 사이에 격차가 생기는 조건은 5세 때 이미 형성된다”며 “부의 불평등의 고리를 끊으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개입해 사실상의 의무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학습 과목으로는 수학과 영어를 지정했다. 중학생 때 수학과 영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놓아야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학업에 흥미를 잃지 않고 실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랐다.
2011년 7월에는 드림클래스 기획단이 미국의 대표적인 공교육 지원 프로그램인 ‘TFA(Teach For America·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만든 교사봉사단)’와 ‘BELL(Building Educated Leaders for Life·하버드대 법대의 유색인종 학생들이 도심 빈민지역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해 명문 대학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빈민촌을 찾아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박 부회장은 “드림클래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인 ‘1석 3조, 1석 4조’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며 “되도록이면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삼성은 중학생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칠 강사들로 자신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한 대학생들을 선별했다. 이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해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중학생들에게 공부뿐 아니라 인생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준비 과정을 마친 드림클래스는 2011년 12월 서울대 등과의 협업을 통해 첫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3개월 만에 참가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영어는 평균 7점, 수학은 평균 15점이 올랐다.
삼성은 이 사업을 2012년 3월부터 전국 규모로 확대했다. 지역 특성에 맞춰 주중교실과 주말교실, 방학캠프 등 다양한 형태로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해까지 중학생 3만1542명, 대학생 8807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박 부회장은 “CSR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지속성”이라며 “중학생은 물론이고 캠프에 참여했던 대학생 강사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도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드림클래스 사업 첫 기수로 참가한 중학생들이 고교 3학년이 되는 해라 특별히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강사들 중에는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삼성에 입사한 사람도 많다. 올해 1월 호텔신라 인재개발그룹에 입사한 김종수 주임은 2012년 드림클래스 출범 당시부터 강사로 참여해 2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드림클래스 운영 대상을 저소득층 자녀에서 군부사관과 소방관, 독립 유공자 자녀 등으로도 확대했다. 박 부회장은 “드림클래스의 기본 취지를 잘 살려 질적으로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양적으로도 참여 대상을 늘리겠다”며 “올해도 지원에서 소외된 다양한 출신의 청소년들을 찾아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이 밝힌 또 다른 올해 목표는 드림클래스를 다른 기업에 전파하는 것이다. 삼성은 이미 드림클래스 준비 과정과 운영 노하우를 매뉴얼로 제작해 무상으로 공개했다. 드림클래스라는 이름 앞에도 일부러 삼성을 적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나 개별 기업 가운데 드림클래스 운영을 희망하는 곳이 있다면 얼마든지 컨설팅 해드릴 수 있다”며 “드림클래스라는 저작권은 얼마든지 침해해도 좋으니 프로그램이 더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