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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만난 사람/하창우]“검사장 출신 변호사 억대수임은 탈법-탈세… 검사평가제 실시할 것”

입력 | 2015-02-02 03:00:00

하창우 대한변협회장 당선자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선자는 “예전에는 젊은 판사가 나이 많은 변호사에게 반말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것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2008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시절 법관평가제를 처음 도입했다며 “이제는 검사평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차기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선출된 하창우 변호사(61)는 직선제하에서 두 번째로 선출된 협회장이다.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던 시절인 1986년 연수원을 수료한 뒤 바로 변호사업계에 들어섰다. “하 변호사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요”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 말에는 법원이나 검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변호사를 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이 숨어 있다. 이런 설움을 딛고 30년 변호사 외길을 걸어왔다. 하루에 버스 몇 번 들어오지 않던 경남 남해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독하게 공부해서 명문 경남중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그가 사법시험 존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데는 가난을 딛고 일어선 자신의 배경이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시절인 2008년 ‘법관평가제’를 도입했고 이제 ‘검사평가제’도 시작할 계획이다.말이 온화하고 신중한 가운데 강단이 있다. 하 변호사는 23일 취임한다. 》

숫자 늘면 권위 떨어진다는 대법원


―변협 회장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

“최근 6년간 변협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협회장들이 회장 자리를 개인의 명예를 위해 이용했지 실제 되고 나서 국민을 위해 한 게 없다. 변협의 존재감마저 없어졌다.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다. 변호사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져 변호사 배출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변호사 업계에 높다. 그러나 변협이 요구만 해서는 안 된다. 먼저 변협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사법 개혁이다 검찰 개혁이다 외쳐봐야 국민이 들어주지 않는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은 어떻게 보는가.

“위헌이라고 본다. 헌법에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돼 있다. 최고법원은 대법원이고 각급 법원은 대법원의 하급심을 말한다. 상고법원은 상고심에 대법원 외에 별도의 법원을 둔다는 것이다. 상고법원은 헌법상 위치가 없다.”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 너무 많아 상고법원안이 나온 것 아닌가.

“대법관 수를 안 늘리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잘못이다. 대법원 사건을 대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12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한 해 3000건이다. 대법관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다. 그러다보니 심리불속행이라는 꼼수가 나왔다. 사건 중 70%를 판결 이유도 쓰지 않고 기각해버리는 것이다. 대법원까지 갔는데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이 종결되면 당사자는 분노한다. 대법관 수를 늘려 심리를 충실히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독일은 우리나라 대법관에 해당하는 인원이 100명도 넘는다. 대법관 수를 3배인 38명으로 늘려 대법관 한 명당 사건을 1000건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 4배 정도인 50명으로까지 늘려야 한다.”

―대법원은 왜 대법관 수를 늘리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대법관 수가 많아지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대법원은 생각한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은 9명에 불과한데 대법관이 30명, 50명이 되면 대법관 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상고법원을 따로 두자는 것은 대법원은 한 해 100건 정도의 주요 사건만 다루고 나머지는 모두 상고법원에서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을 헌재에 버금가는 정책 법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권위도 높이면서 자기네 일도 편하게 하겠다는 얘기인데 사법 개혁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추진돼야지 법관들의 이익을 위해 추진돼서는 안 된다.”

상고법원, 대법관 위한 제도여서 반대

―요즘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전관예우의 꽃이라는데….

“상고심은 숫자가 얼마 안되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그래서 수임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 나도 안 할 수 없다는 식이 된다. 항소심 변호사가 상고이유서를 써도 상고이유서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이름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도장 하나 받는데 과거 300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5000만 원이다. 로펌 내부에서도 변호사들이 자기 사건을 자기 로펌에 와 있는 대법관 출신변호사에게 맡기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한다.”

―전관예우 금지법이 별 소용이 없는가.

“변호사법은 종전 근무지에서의 변호사 영업을 1년간 금지하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다. 전관 변호사가 사건을 맡으면서도 선임계는 로펌에 있는 다른 변호사가 내는 식으로 우회한다. 검찰 쪽이 더 심해 검사장급 이상 출신의 변호사는 선임계도 안 내고 전화 변론을 해주는 것만으로 억대 수임료를 받는다. 이것은 단순히 탈법만이 아니라 탈세가 된다. 수입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세금을 매길 수도 없다. 취임하면 전관비리 신고센터를 만들 생각이다.”

―서울변호사회장 시절 도입한 법관평가제를 자평하자면….

“2008년 서울변호사회를 시작으로 2013년 가장 보수적인 대구변호사회까지 14개 지방변호사회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 법관평가가 막말 판사를 걸러내는 등 법정 민주화에 기여했다. 실제로 예전에 고법부장 승진에서 연거푸 탈락했던 한 부장판사는 2번 베스트(best)에 뽑힌 뒤 승진한 경우가 있고 최근 워스트(worst)에 3년 연속 선정된 어느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성적은 좋았으나 고법부장 승진에 탈락하고 서울지법 부장에서도 좌천됐다.”

―변협 회장에 취임하면 검사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는데….

“법관평가가 7차례 이뤄지면서 정착 단계에 들어섰고 이제 검사평가를 할 시점이 왔다.”

―법관은 형사소송의 검사-변호사 대립구도에서 제3자에 해당하지만 검사는 변호사의 상대방이다. 변호사가 검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그렇게 따지면 법관도 마찬가지다. 민사소송에는 원고와 피고가 있고 승소 측에도 패소 측에도 모두 변호사가 있지만 이긴 변호사든 진 변호사든 법관을 평가한다. 한 검사가 여러 사건을 다루고 각각의 사건마다 다른 변호사와 다툰다. 이 검사를 상대했던 변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부당하지 않은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사법시험 그대로 두는 게 서민정책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겠다는 선거 공약은 현재의 로스쿨을 흔드는 것 아닌가.

“로스쿨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학비가 비싸고 학사관리가 잘 안되고 장학금은 부족하다. 로스쿨 교수가 법대 시절보다 3배 증가하면서 인건비가 로스쿨 유지비의 45%나 차지해 25개 로스쿨이 거의 대부분 심각한 적자 상태에 있다. 이것은 로스쿨 자체의 문제이지 사시 존치와는 상관이 없다. 로스쿨은 일본이 도입한 뒤 우리도 들여온 것이다. 일본도 로스쿨 통폐합, 로스쿨 인가 자진반납 등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은 로스쿨을 도입했다 폐지했다.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영미법제 제도다. 우리 토양과 맞지 않는다. 제도적인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사시를 존치시키자는 것이다. 일본도 로스쿨과 함께 예비시험이란 제도가 있다.”

―사시 존치는 현 위철환 회장도 주장했던 공약이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가.

“내가 할 일은 국회에 발의된 사시 존치 관련 변호사법 개정안 4건을 통합해 통과시키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내게 사시 존치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와 깜짝 놀랐다. 내년엔 총선이 있다. 사시 존치는 서민정책이고 지지하는 국민이 70%에 이른다. 정치인들이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사시 존치 쪽으로 거의 와 있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 정권에서 로스쿨을 도입한 당사자여서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당이 당론으로 정하면 통과될 것으로 믿는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과거사 수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나는 아직 취임 전이라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변호사법은 공무원으로서, 또는 중재위원으로 활동했던 변호사의 해당 사건 수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수임은 검찰의 형사처벌 대상일 뿐 아니라 변협의 징계사안이기도 하다. 국가의 돈을 받고 국가를 위해 일했던 사람이 자기가 다뤘던 사건을 맡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소권 준 변협 세월호법안은 잘못

―법무법인 혹은 법무법인의 다른 변호사 이름으로 수임하는 것은 어떤가.

“변호사법은 법무법인도 하나의 변호사로 본다. 어느 로펌의 변호사가 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다면 그가 로펌에 돌아갔을 때 그 로펌이나 로펌 내의 누구도 그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실제 수임료를 누가 받았는지가 중요하다. 형식적으로 다른 변호사가 수임했더라도 의뢰인은 누가 실제 변호했는지 알 수 있다.

―일부는 과거사위의 조사관을 브로커로 고용했다고 한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변호사 아닌 사람과 이해를 나누지 못하도록 돼 있다. 조사관들이 사건을 소개해주고 돈을 받았다면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대한변협은 최근 묵비권 행사와 허위진술을 강요한 민변 변호사 2명에 대한 검찰의 징계 신청을 기각했다.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변호사라면 당연히 피의자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할 수 있다. 변협이 기각할 수 있는 사안이다.”

―단순히 묵비권 행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허위진술을 하도록 한 것이라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수사기관에서 한 피의자의 허위진술을 처벌하는 허위진술죄가 없다. 변호사가 피의자에게 허위진술을 시키는 것이 법을 위반했다고는 볼 수는 없다. 다만 변호사윤리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 이것도 역시 허위진술을 정말 시켰는지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위철환 회장 체제의 현 변협이 민변에 끌려 다닌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해 세월호특별법을 두고 나오는 말인 것 같다. 변협이 피해자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인 ‘자력구제 금지(피해자는 수사 기소 재판을 할 수 없다)’의 원칙에 위배된다. 변협은 민감한 사안에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 임기에 변협이 여야 정쟁에 휘말려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듣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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