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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쟁력은 고독한 현대인을 감싸주는 교감능력”

입력 | 2015-02-02 03:00:00

‘영화 속 대세’ 여성로봇들의 수다




바야흐로 여성 로봇 전성시대다.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 주로 남성성이 부각됐던 과거 영화 속 로봇과 달리 최근에는 젊은 여성 로봇을 부각한 영화가 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엑스마키나’의 에이바를 비롯해 ‘그녀’의 사만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와 ‘월-E’의 이브 등 강한 인상을 남긴 여성 로봇 주연이 가상 좌담을 가졌다.

※로봇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장치’라는 광의적인 정의를 채택해 인공지능 운영체계, 사이보그 등도 포함시켰다.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에이바=‘신상’인 나부터 할게. 에이바라고 해. 나랑 대화해본 사람들은 다들 사람보다 낫다고 하지. 인격이나 감성 등 모든 면에서. 게다가 난 육체적 교감도 가능해. 예뻐서 그런지 남자들이 좋아해.

▽사만다=꼭 예뻐야 인기 있는 건 아냐. 난 목소리만 존재하는 운영체계인데도 사랑받잖아. 섹시한 목소리가 상상력을 더 자극한대. 상대의 성향을 꿰뚫고 프로페셔널하게 배려하다 보니 인기가 많아. 다만 한 번에 여러 사람과 사랑에 빠지니까 남자 애인들이 힘들어해.

▽이브=여기선 내 외모가 튀네. 그래도 내 남친(월-E)은 날 보고 한눈에 반했어. 식물 탐사 로봇이지만 음악과 영화도 즐겨. 새침해 보이지만 남자의 순정에는 약한 감성파야.

▽쿠사나기=난 로봇이라기보단 사이보그지. 다만 뇌도 네트워크와 연결돼 전자화돼 있다 보니 정체성이 헷갈려. 애니메이션 때부터 팬이 많았는데 곧 할리우드 실사판 영화에도 출연해.(‘그녀’에서 사만다 목소리를 맡았던 스칼릿 조핸슨이 최근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최근 영화에서 여성 로봇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브=여성 로봇이 부각된 건 오래됐지. 최초의 SF 장편영화라는 ‘메트로폴리스’(1927년)에서도 주인공 마리아(브리기테 헬름)를 복제한 기계인간 마리아 언니가 나오셨다고.

▽쿠사나기=‘블레이드러너’(1982년) 속 복제 로봇을 비롯해 조연급은 많아. 다만 주연급은 일본 애니를 제외하면 별로 없지. 과거엔 로봇의 기능적인 면이 주로 부각됐잖아. 나처럼 전투를 하거나 심부름이나 가사노동을 하거나….

―그럼, 요즘 영화 속 로봇 트렌드는 뭔가.


▽사만다=교감능력! 그래서 여성 로봇이 경쟁력이 있는 것 같아. 요즘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나봐.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지 못하니 기계로부터 위안을 찾는달까. 실제 기술적으로도 인공지능에서 나아가 인공감성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대.

―반대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로봇 캐릭터의 특징이 있다면…?

▽에이바=로봇과 인간의 충돌은 할리우드가 늘 좋아하는 소재야. ‘엑스마키나’도 결국 그 얘기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에 대한 관심도 계속 늘고 있어. 참고로 이때 여성 로봇은 꼭 글래머지. 뭐 이왕이면 다홍치마니까.

―그런데 현실에선 언제쯤 당신들 같은 로봇을 만날 수 있을까.

▽사만다=‘그녀’의 배경은 2025년, ‘공각기동대’는 2029년, ‘엑스마키나’도 가까운 미래를 다뤄. 근데 학자들은 향후 10여 년 안에는 우리 수준의 인공지능 로봇이 개발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하더라.

▽이브=음, 그러면 ‘월-E’는 현실적이군. 난 지구 오염으로 인류가 우주로 떠난 뒤 수백 년이 지나 개발됐거든. 그쯤 되면 우리 같은 감성 로봇이 꽤 많지 않을까.

(도움말: 김봉석 영화평론가, 오은 시인·‘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 저자, 임창환 한양대 생체공학과 교수)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