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후라’ 만든 공군의 전설… 해인사 폭격 막아 대장경 지켜
2일 별세한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이 생전에 비행기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공군 제공
전남 나주 출신인 고인은 1948년 육군사관학교(5기)를 졸업한 뒤 ‘공군 창설 105인’에 참여했다. 이듬해 육군 항공대가 공군으로 독립 창설했다. 고인은 초대 공군본부 작전국장으로 F-51 무스탕 전투기 100대 군사원조 도입과 10개 비행장 확보 계획을 수립해 공군의 초석을 다졌다. 6·25전쟁 때 주요 부대의 작전참모를 맡아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단독 출격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전투기를 직접 몰고 참전해 많은 공을 세웠다.
특히 팔만대장경을 보관 중인 해인사와 고인의 각별한 인연은 지금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측은 1951년 8월 지리산 공비토벌작전을 벌이면서 당시 해인사로 숨어든 북한군을 격멸하기 위해 1전투비행단 작전참모였던 고인에게 해인사 폭격을 명령했다. 하지만 고인은 “어떤 엄벌을 받더라도 1400년 된 문화재를 한 줌의 재로 만들 수 없다”며 미국 측을 설득하면서 끝까지 출격을 거부했다. 그의 결정으로 공습 계획이 취소돼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은 보존될 수 있었다.
고인은 공군사관학교 교장을 거쳐 제9대 공군참모총장(1966∼1968년)으로 재직하면서 F-4 팬텀 전투기 도입 등 공군의 현대화를 주도했다. 이어 고속도로에 비상 활주로를 설치하는 것을 비롯한 주요 사업을 추진했다. 예편 이후 행정개혁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 주에티오피아, 주필리핀, 주덴마크 대사, 제10대 국회의원,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지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보국훈장 수교훈장 흥인장,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미국 공로훈장 등 훈·포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을 비롯해 유환 석환 효경 영은 씨 등 3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영결식은 4일 오전 7시 공군장으로 엄수된다. 봉환식은 같은 날 낮 12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다. 02-3010-2631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