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구출 위한 무기사용 허용”… 현재는 공격받았을 때만 가능 “의회 사전승인 받겠다” 단서 달아… 연립여당 “신중히 검토해야” 반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해외에서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일본인 인질 살해 사태를 지렛대로 삼아 평소 신념인 ‘자위대 역할 강화’를 실현시키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일본의 비정부기구(NGO)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지난해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포함된 ‘긴급 경호’ 등을 통해 (해외에서) 위험에 처한 NGO를 구출하기 위해 무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에 나가 있는 자위대원은 함께 동행한 일본인이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는 다만 “실제 자위대가 출동해 무력을 행사할 경우에는 국회 승인을 필요로 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해 자위대 해외 파견 시 원칙적으로 국회의 사전 승인을 의무화하겠다는 의향도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실제로 자위대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2일 기자들에게 “지난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입각해 무엇이 가능할지 냉정하고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위대 역할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기존 의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1일 “IS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대책을 물었다. 2일 예산위원회에서는 나타니야 마사요시(那谷屋正義) 의원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테러리스트가 일본을 공격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하는 등 상당수 의원은 IS 인질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했다.
언론도 가세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일자 사설에서 “고토 겐지(後藤健二) 씨의 가족이 지난해부터 몸값 지불 요구를 받은 사실을 정부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중동을 방문하면서 IS와 싸우는 나라들에 경제 지원을 표명한 목적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IS에 시종일관 휘둘렸다”고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