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크림빵 아빠’ 강모 씨는 사립대 교육공학과를, 아내는 한국교원대를 졸업했다. 부부는 얼마나 오랫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했으며 남편은 어쩌다 화물차를 몰게 된 걸까. 임용고시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젊은 부부의 삶은 얼마나 불안했을까. 교육정책의 실패를 왜 교직 전공자들이 짊어져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5년간 중등교원 임용고시 평균 경쟁률은 16.1 대 1이다. 일반 취업경쟁률보다 덜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임용고시는 교직 전공자만 지원하므로 일반 취업준비생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16명 가운데 15명이 교사가 될 날을 꿈꾸며 화물차 기사로, 편의점 알바로, 사설학원 강사로 뛰고 있는 건 비정상이다. 지난해에 교원자격증을 손에 쥔 사람은 2만3240명, 이 가운데 4631명이 교사로 임용됐다. 일곱 번, 여덟 번 재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체감취업률은 훨씬 더 낮을 것이다. 개인적 불행이기 이전에 사회적 국가적으로 이런 낭비가 없다.
‘임용고시 낭인’ 현상을 만든 가장 큰 원인은 교육당국에 있다. 학생 수 감소는 오래전 예고됐는데도 정부는 대응에 실기(失機)했다. 교육부는 1990년대 후반까지도 교사 수가 부족하다며 중등교원을 양성하는 학과를 확대하다가 1998년에야 정원 감축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감축에 들어간 건 2011년부터다. 사범대 출신들이 교육부 요직을 맡아 개혁에 미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학들의 책임도 크다. 교원양성 관련 학과의 정원을 대학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인원은 2011년도 사범대에서 38명, 2012∼2013년도 일반대학 교육과에서 85명뿐이다. 내 전공 학생만은 줄일 수 없다는 교수들의 전공이기주의에 등록금 수입이 아쉬운 대학이 야합한 결과다. ‘크림빵 아빠’와 같은 젊은이들이 그 희생양이다.
교직 과정을 개혁해야 할 이유가 졸업생 취업난 때문은 아니다. 교직 과정의 양적 확대가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하는데 한국 대학들은 교육여건과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자질과 역량을 가진 교사를 양성하고 있는 건가.
한 가지 예만 들어보자. 21세기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 우리는 2018년 문·이과를 통합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이과 통합 교과서를 잘 만들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게 교사다. 교사가 전공의 벽을 넘나들며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학생도 그렇게 배우지 않겠는가. 통합교과서를 만들기 이전에 전공별로 나눠진 사범대부터 개혁해야 할 것 같은데 대학들은 무풍지대다. 지지부진한 사범대 개혁을 보니 ‘크림빵 아빠’의 비극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