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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마이너스 금리 시대 대처법

입력 | 2015-02-03 03:00:00


프랑스 작가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은 금리생활자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젊은 법학도 라스티냐크는 같은 하숙집에 살고 있는 빅토린 양과 결혼하면 100만 프랑의 재산을 손에 쥔다. 그러면 스무 살에 매년 5만 프랑의 이자소득(금리 5%)을 얻는다. 그것은 당시 파리에서 잘나가는 변호사가 온갖 수완을 발휘해 쉰 살이 되어서야 얻을 수 있는 소득이었다. 빅토린 양이 매력적이진 않았지만 라스티냐크는 그녀와 서둘러 결혼해야 했다.

▷독일 경제학자 힐퍼딩은 ‘금융자본’이란 책을 썼다. 그는 자본가와 노동자 외에 금리생활자의 출현에 주목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지나 금융자본주의 시대가 되면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대신 저축으로 안정적인 이자를 추구하는 기생적인 계층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자본주의의 존속을 위해 ‘금리생활자의 안락사’를 주장했고, 그 방법으로 저금리 정책을 제안했다. 그의 저금리는 물가 상승으로 금리 효과를 상쇄하는 사실상의 제로 금리를 지향했다.

▷유럽 일본은 오래전에 실질 제로 금리를 지나 실질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올해 실질 마이너스 금리가 예상된다. 한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2.0%로 떨어지면서 은행에는 연 1%대 1년 정기예금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한은이 예측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1.9%다. 금리가 연 1.9%인 정기예금에 가입하더라도 이자에서 떼는 이자소득세와 주민세를 고려하면 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질 마이너스 금리는 금리생활자에게 은행에서 돈을 빼내 다른 투자처를 찾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일본은 실질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이나 주식 또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어느 사회나 저금리 시대부터 재테크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지만 그때만 해도 재테크는 선택이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엔 재테크는 필수가 된다. 예전보다 더 머리를 굴리지 않으면 안 되는 힘든 세상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