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민자 집안의 ‘주피터’(밀라 쿠니스)는 목성이란 거창한 이름과 달리 매일 뼈 빠지게 일을 해도 곤궁한 삶을 벗어날 길 없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작스레 외계인들이 찾아오더니 자신을 죽이려드는 게 아닌가. 전직 우주전사 케인(채닝 테이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목숨을 구하면서 주피터는 엄청난 진실과 맞닥뜨린다. 자신이 단순한 지구인이 아니라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아브라삭스 가문과 관련 있다는 것. 지구인을 하찮은 벌레로 여기는 그들과 엮이며 주피터는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5일 개봉하는 ‘주피터 어센딩’은 지난해 배두나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 라나와 앤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 ‘매트릭스’부터 꾸준히 매진해온 SF(공상과학) 액션영화의 계보를 여실히 잇는다. 매트릭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가상현실이란 설정이었다면, 주피터 어센딩은 지구는 ‘진짜 인류’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놓은 농장 같은 존재라는 설정을 깔고 있다.
주피터 어센딩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영화다. 일단 워쇼스키 감독의 전작들처럼 비주얼이 화려하다. 환상 속 고대도시 같은 우주제국의 풍채는 3D 아이맥스로 보면 더욱 근사하다. 액션 역시 흠 잡을 데 없다. 특히 시카고의 밤하늘을 무대로 펼쳐지는 전투신은 몰입도가 매우 높다. 쿠니와 테이텀을 비롯한 출연진도 맡은 역에 꽤나 잘 어울리는 편. 다만 주피터는 절대자의 환생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약하고 기대 캐릭터로서의 매력이 살짝 떨어진다. 전작에 이어 다시 출연한 배두나는 짧은 분량만 소화했으나 인상적이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