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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好통]‘기-승-전-자화자찬’ 대통령 회고록

입력 | 2015-02-04 03:00:00


김윤종 기자

“글쎄요…. 화제가 된 것에 비해 생각보다는 판매량이 적습니다.”(교보문고 관계자)

지난달 29일 판매를 시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교보문고에서 3일 오전까지 2200부가량 판매됐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도 3일 오전까지 6일간 1318부가 팔렸다. 출간 전 화제가 된 신간은 발간 2, 3일 안에 1만 부 이상 팔리는 경우가 많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판매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책이 서점에 깔리기 전에 핵심 내용이 언론에 공개돼 굳이 사 볼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확고한 지지층이 적고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MB의 비용’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돼 ‘친MB vs 반MB’ 구도로 화제를 모았지만 5일간 243권(예스24 기준)만 팔렸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내 대통령 회고록을 국민들이 ‘굳이 사서 읽을 만하지 않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의 경우 외교정책, 자원외교, 4대강 환경 등 쟁점에 대해 자화자찬, 자기합리화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800쪽 내내 ‘기-승-전-자화자찬’ 구조가 반복된다”는 비아냥거림마저 나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 회고록은 외환위기에 대한 반성이 없고 노태우 전 대통령 회고록 역시 5·18민주화운동 등을 외면한 데다 비자금 문제를 변명으로만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은 출생의 비밀은 고백했지만 아들들의 정치자금 문제 등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대통령 회고록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3년이 지난 2004년 발간한 회고록 ‘마이 라이프’는 1주일 만에 100만 부가 팔렸다. 불우한 어린 시절, 정치권력 문제, 섹스 스캔들을 일으켰던 르윈스키 사건 등 치부를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회고록엔 자기 자랑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회고록은 대통령 개인사를 넘어 최고지도자가 기억하는 국가운영의 역사적 사료다. 임기 동안의 명암이 균형 있게 들어가야 교훈이 될 수 있다. 정확한 사실을 밝히고 잘못은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인간적 고뇌를 담아내는 대통령 회고록을 볼 순 없을까.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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