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인질로 잡고 있던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산 채로 불태워 살해하는 동영상을 3일 밤 전격 공개했다. 그동안 IS가 인질을 여러 차례 참수한 적은 있으나 인질을 화형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요르단과 같은 아랍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IS 격퇴 작전에서 발을 빼도록 유도하기 위해 ‘충격과 공포’를 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요르단 정부는 IS에 대한 보복을 다짐한 지 수 시간 만인 4일 새벽 IS가 석방을 요구한 여성 테러범 사지다 알 리샤위와 알카에다 간부 지아드 알 카르볼리 등 사형수 2명을 교수형에 처했다.
● ‘산 채로 화형’ 잔혹한 IS
IS는 인터넷에 공개한 22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잔혹한 처형 방식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며 공포감 조성을 극대화했다.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요르단 조종사 무아스 유세프 알 카사스베흐 중위(27)는 검은색 철창 안에서 체념한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의 옷에는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가 뿌려졌고, IS 대원이 불을 붙이자 곧 화염에 휩싸였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그는 강해지는 불길 속에서 무릎을 꿇은 채 뒤로 쓰려졌다.
IS는 화형이 끝나자 중장비를 동원해 돌무더기를 퍼붓고, 불도저로 짓이겼다. 영상은 ‘요르단 내 무슬림이 다른 요르단 조종사를 죽이면 100디나르(IS 자체 화폐)를 주겠다’는 선전으로 끝났다.
● 요르단 “즉각 보복”…국제사회 ‘충격과 분노’
자국 조종사의 사망을 확인한 요르단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요르단 정부는 4일 해가 뜨기 전인 오전 4시를 기해 IS 여성 테러범 리샤위 등 2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맘두흐 알 아메리 요르단 군 대변인은 사형 집행 수 시간 전 “카사스베흐 중위는 순교했지만 그의 피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응징과 복수는 요르단 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만큼 거대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또한 요르단군은 성명을 통해 카사스베흐 중위가 숨진 시점은 동영상이 공개되기 한 달 전인 1월 3일이라고 밝혔다. 요르단군은 이런 정보를 어떻게 확인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IS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요르단 정부를 향해 일본인 인질과 여성 테러범 리샤위의 맞교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카사스베흐 중위를 살해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1월 3일에 숨진 것이 사실이라면 IS가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잔혹한 화형에 분노한 요르단 민심은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려는 IS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카사스베흐 중위의 사망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요르단 국민들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미국 주도의 IS 격퇴 작전에서 빠져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IS의 화형 동영상 공개 이후 민심이 돌변해 “IS를 응징해야 한다”는 결의가 강해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요르단 정부가 4일 날이 밝기도 전에 IS 테러범 리샤위의 교수형을 집행한 것도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요르단 군부는 공습 확대를 검토 중이다. 마문 아부 노와르 전 요르단 공군 장군은 “며칠 안에 급격히 증가한 출격을 볼 수 있을 것이고, IS 지도부를 향한 특수 작전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덕영기자 firedy@donga.com